미 “바이든, 우크라 군사상황 대화할 것”…무기지원 부담 떠안나
무기 지원 의제 여부는 ‘현재까지는’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발 ‘안보, 경제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미국 정부는 24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가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면 한국 업체가 그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몰두하다 안보, 경제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되느냐’는 물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상들의 사적 대화를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비살상 지원과 제재 및 수출통제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 현장의 군사적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질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분명히 대화의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국무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비슷한 질문에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등 살상무기 지원이 정상회담에서 비공개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5일 워싱턴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이슈를 얘기하면서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얘기하지는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양국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그 부분은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어느 나라 정상이든지 그렇게 해야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대신 ‘현재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시 국제법 위반 등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국내외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처지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이 다급한 미국 정부는 회담에 앞서 한국 정부를 향해 압박 카드를 꺼내 보였다. 미국은 지난 2월 한국의 155㎜ 포탄 50만발을 대여했고, 몇주 안에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탱크를 독일로 보낸 뒤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조종법을 익히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미국의 물밑 압박도 알려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23일 중국 정부가 미국 메모리칩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제재할 경우, 한국 업체가 그 빈자리를 채우게 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중의 반도체 갈등 와중에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이 어부지리를 챙기려 중국 쪽에 접근하지 말라고 과도한 요구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확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발표할 대중국 투자 제한 조처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냐’는 물음에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다. 정상회담 의제에 양국 무역 관계를 심화하고 반도체 등 분야에서 유연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포함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야당은 국익에 대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명확한 태도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냉전적 진영논리와 가치연대라는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혀 우리 국익을 양보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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