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구감소만으로 지방이 소멸할까

관리자 2023. 4. 26.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지방소멸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인구감소만으로 지방이 소멸할까? 지역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이 질문에 답을 찾고자 했다.

전자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이 초래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후자는 이러한 주장은 근거 없는 공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지역다움의 상실이야말로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지방소멸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인구감소만으로 지방이 소멸할까? 지역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이 질문에 답을 찾고자 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도시에서의 생활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2015년 가을 일본 히로시마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일본 학계는 지방소멸의 원인과 대안을 두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펼쳐졌다. 그중 일본 총무성 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의 저서 <지방소멸>과 경제평론가 조넨 츠카사(上念司)의 저서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지방소멸 위기를 상이하게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전자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이 초래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후자는 이러한 주장은 근거 없는 공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조넨 츠카사는 1990년대 이래 일본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나 인구감소만으로 지방이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구감소=지방소멸’이란 논리에 기초해 추진하는 아베정부의 지방창생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방소멸이 중앙집권적 정책 추진으로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즉 중앙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비용이나 수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공공시설을 건립하고, 이에 따라 지방재정이 피폐해지면서 지방소멸이 촉발된다고 봤다.

그는 지방공공시설을 ‘묘표(무덤 앞에 세우는 푯돌)’라 칭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치중해 공공시설을 건립하는데, 이 시설의 유지·관리비가 지방재정을 취약하게 하는 ‘지방경제의 공원묘지화’를 초래해 결국 지방이 소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방을 망치는 결정적인 원인은 보조금 행정이란 얘기다.

실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과 사업 추진 방식은 지역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구감소로 이용 수요가 낮은 인프라를 건설·운영함에 따라 재정 소요가 증대돼 지방재정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이나 획일적인 사업 추진 방식은 지자체가 보유하던 개성 즉 지역다움을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역다움의 상실이야말로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을 통해 우리나라 지자체의 공공시설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건립비가 100억원(기초)·200억원(광역) 이상인 전국 지자체의 대형 공공시설은 863개다. 시설 운영에 따른 적자는 9936억원이다. 2014년 599개 시설을 운영하며 발생한 적자가 485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지역 내 소규모 인프라의 유지·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지방재정의 적자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소멸 대응 및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기금·특별교부금 등은 대부분 인프라 건설 위주로 쓰인다. 이에 지자체들은 지역 내 이용 수요가 낮은 유사 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공모사업 등에 지원신청을 한다. 지자체는 새로운 인프라를 계속 건설하고 기존 시설의 유휴화 현상은 심각해진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건립한 시설은 지역주민의 수요 변화에 부합하는 다른 용도로 전환해 활용하기 곤란하다.

인구감소는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원인이다. 그러나 인구감소만으로 지방이 소멸하지는 않는다.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정책이 계속되면서 지방재정이 취약해지고 지역다움을 상실하면 지방은 소멸한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