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간 ‘감성마을 촌장’ 다시 기억하다

안의호 2023. 4.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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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이외수 묘비명 뛰어난 상상력과 빼어난 글솜씨로 100만 명 이상의 고정독자를 가졌던 고 이외수 작가가 25일 춘천 경춘공원묘원에 새로 안장됐다.

이한얼 씨는 "격외선당은 유년시절 아버지와 가족이 함께 산 곳이자 작업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라며 "독자와 문하생들이 '이외수 작가를 보려면 춘천에 가야한다'고 할만큼 생전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독자가 지속 방문할 수 있는 춘천의 유산으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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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외수 작가 1주기 추모식
경춘공원묘원으로 다시 안장
가족·동료·문하생 등 고인 기려
춘천 격외선당·화천 문학관 등
활용책 지자체 협의 향방 주목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이외수 묘비명

뛰어난 상상력과 빼어난 글솜씨로 100만 명 이상의 고정독자를 가졌던 고 이외수 작가가 25일 춘천 경춘공원묘원에 새로 안장됐다. 지난 해 4월 25일 별세 후 춘천 안식원에 안치돼 있던 이 작가는 1주기를 맞은 이날 본인 특유의 글씨체로 쓰인 묘비명 아래 잠들었다.

이날 열린 안장식과 추모행사에서는 부인 전영자 씨와 아들 이한얼 씨가 새 묘비 자리에 흙을 뿌렸다. 묘지에는 이 작가의 시로 쓴 노래 ‘울고 싶어라’가 울려퍼졌다.

생전 고인과 오래 함께 한 동료 최돈선 시인, 오일주 강원문화재단 이사, 유진규 마임이스트, 가수 녹우 김성호씨, 이동훈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 해설사, 시관계자 등이 친인척들과 안장식을 지켜봤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문하생과 독자 등도 발길을 이었다.

문하생과 독자들을 중심으로 시낭송 추모식도 진행됐다. 행위예술로 동참한 유 마임이스트는 “이 작가가 떠나는 날에도 비가 왔는 데 오늘도 온다. 좋은 곳에 다시 잠든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문하생 박영신(38)·김범진(34)씨도 함께 했다. 김씨는 “선생님을 통해 독자를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대작가인데도 우쭐대지 않고 글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한 작가”라고 회상했다.

‘청춘불패’, ‘하악하악’ 등 이 작가 작품마다 삽화 화가로 참여한 정태련 작가도 참석했다. 정 작가는 “서울대 미술학도 시절 이외수 작가를 만나 알고 지낸 지 40여년 가까이 됐다”며 “춘천에 와서 산 지 30년 가까이 됐는데 여기에는 이 작가의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가족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 묘비명은 이외수문학관에도 적혀있는 문구다. 이한얼씨는 “아버지가 남기신 ‘존버’라는 문구도 고민했지만 작가로서 (묘비명처럼) 저렇게 사시지 않았나 생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오랜 세월 춘천 교동 일대 ‘격외선당’에 살며 ‘괴물’, ‘황금비늘’ 등을 집필했다. 2012년부터는 화천 상서면 다목리에 둥지를 튼 이후에는 ‘감성마을 촌장’으로 쉬고, 쓰고, 놀고, 사랑하며 살다 갔다.

그가 머물렀던 공간들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한얼 씨는 “격외선당은 유년시절 아버지와 가족이 함께 산 곳이자 작업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라며 “독자와 문하생들이 ‘이외수 작가를 보려면 춘천에 가야한다’고 할만큼 생전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독자가 지속 방문할 수 있는 춘천의 유산으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생존 작가의 문학관이라는 점 때문에 유명세를 더했던 감성마을의 향방도 관심이다. 이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찾는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이달 현재까지 200여명이 감성마을을 다녀갔다.

작가 별세 후 사후계약을 진행하지 않아 관련 프로그램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달을 사모하는 집(모월당)이라는 이름의 한옥학교도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해설사와 시설관리자 2명이 문학관 안내와 시설 유지관리만 하고 있다. 다만 작가의 책 등에서 발췌한 글귀를 바위에 새겨 놓은 산책로 시석림(時石林)은 잘 보전돼 작품세계를 들려준다.

이 작가의 유족과 화천군 모두 감성마을의 존속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동훈 문학관 해설사는 “국내 유일의 생존작가 문학관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아직도 많은 사람이 감성마을에 방문하고 있고, 지역주민들도 유지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행정과 유족 분들 간의 협의가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의호·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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