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44.속초 보광미니골프장

박주석 2023. 4.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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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는 속초시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산책로다.

영랑호수변을 걷다보면 범바위를 비롯해 수면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친 설악산 등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보광미니골프장이다.

특히 보광미니골프장 간판에는 '1963년 개업'이라는 문구도 써있는데 "1963년에 골프를 쳤다고?"라는 의심(?)을 갖고 안을 한번 둘러보게 된다.

속초의 숨겨진 명소, 60년 전통을 지키고 있는 보광미니골프장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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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골프게임’ 60년 동안 나이스 샷
1963년 고 이춘택씨 개업 2대째 운영
콘크리트 레일서 경기 17홀 코스 개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는 ‘미니골프’
80년대 초 24시간 영업 등 여전한 인기
소나무 아래 위치 삼림욕까지 일석이조
▲ 1976년 보광미니골프장 모습. 사진제공=이춘복씨

영랑호는 속초시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산책로다. 영랑호수변을 걷다보면 범바위를 비롯해 수면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친 설악산 등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보광미니골프장이다. 특히 보광미니골프장 간판에는 ‘1963년 개업’이라는 문구도 써있는데 “1963년에 골프를 쳤다고?”라는 의심(?)을 갖고 안을 한번 둘러보게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더욱 놀랍다. 처음 보는 창의적인 코스와 게임 룰(rule). 골프를 배워본 적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다. 어떻게 이런 게임을 1963년도에 만들 수 있었는지, 게임을 체험하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속초의 숨겨진 명소, 60년 전통을 지키고 있는 보광미니골프장을 찾아갔다.

▲ 보광미니골프장 모습.

#1963년 개업

속초시가 승격을 한 해가 1963년이다. 보광미니골프장 역시 1963년 개업했다. 올해로 딱 60년째 운영중인 것이다.

현 대표인 이창호(61)씨에 따르면 보광미니골프장을 만든 것은 부친인 고 이춘택 씨다. 이춘택 씨는 지난 1951년 1·4 후퇴 때 고향 평양에서 속초로 피난 나와 정착하게 됐다. 골프장을 하기 전인 지난 1955년쯤 이 씨는 중앙시장안에서 양품점을 운영했지만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수입품 판매가 금지되면서 여러 사업을 전전하다 지인으로부터 그 당시에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미니골프라는 것을 들었고 시작하게 됐다. 이후 이춘택 씨가 작고 후 큰아들인 이창배 씨가 운영을 하다 현재는 이춘택 씨의 막내아들인 이창호 씨가 대표를 맡았다.

#코스소개

미니골프지만 골프와는 엄연히 다르다. 17홀까지 있으며 코스도 고 이춘택씨가 다 직접 개발했다.

코스는 소나무 사이에 콘크리트로 조성돼 있으며 요금을 지불하면 공과 골프채를 내준다. 게임 룰과 스코어 카드 적는 법을 알려준다. 콘크리트로 만들었지만 단순히 시멘트로 바닥면을 처리한 게 아니라 골프공이 홀에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게끔 교묘하게 미장처리를 한 것이다.

홀마다 득점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잘 숙지해야 한다. 일반 골프장과 달리 흰 레일 위에서 공을 굴리며 가장 많이 득점한 사람이 승리한다. 공이 레일 밖을 벗어나거나 벽에 부딪혀 되돌아 나오면 감점이 된다. 모든 홀을 마친 후 아폴로라 부르는 철제 기구로 만든 마지막 코스에서는 역전도 가능하다. 특별한 기술보다는 힘 조절이 중요한 포인트다. 1번홀부터 17번홀까지 모두 △단일로 △쌍용루 △정심로 △등경탑 △적성암 △성행문 △권비곡 △삼성구 △봉암정 △옥루교 △운천암 △소고문 △선유좌 △오행문 △월세계 △고가도로 △아폴로까지 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으며 홀별로 의미도 있다.

▲ 보광미니골프장 모습.

#속초시민들의 추억의 장소

당시 보광미니골프장 일대는 영랑호 모래사장으로 수영도 하고 재첩도 채취했다. 또한 보광미니골프장이 있는 보광사 일대에 솔밭이 있어 유원지로서 입지조건이 뛰어났다. 그 당시 속초 지역 모든 초·중·고 학생들이 보광사 옆 솔밭으로 소풍을 갔다. 지금 40대 이상 속초사람들은 대부분 보광골프장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80년대 초 통금이 해제됐을 때는 24시간 내내 영업도 했었다. 영업을 하다가 지쳐 손님을 내쫓기까지 했었다고 한다. 명절이나 어린이날이 되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기표를 받아서 기다려야 했을 정도다. 오래 고향을 떠났다가 찾아온 사람들은 소풍장소, ‘수업땡땡이’ 장소 등이라고 반가워하며 추억에 빠진다.

▲ 보광미니골프장 모습.

#백년가게 목표

보광미니골프장의 가장 큰 매력은 남녀노소 누구나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골프와 달리 치는 것과 동시에 결과를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일행들과 좁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 라운딩을 즐기니 연신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소나무 아래 자리한 덕에 골프를 치는 사이 자연스럽게 즐기는 ‘삼림욕’은 덤이다. 2년전 폭설 피해를 입으면서 코스를 제외한 시설이 리모델링 됐지만 여전히 오래된 집의 뒤뜰 같은 풍경이 어우러져 손님들을 반긴다. 최근에는 아들의 SNS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말에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이창호 사장은 “아버지의 정성이 고스란히 들어간 이 골프장이 오랜기간 사람들에게 힐링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며 “현재 아들도 골프장에서 카페를 맡으며 운영을 배우고 있어 60년을 넘어 100년까지 유지하는게 목표” 라고 말했다. 박주석 jooseo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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