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담배업체 BAT, 대북제재 위반 8400여억원 벌금 부과”

“북한에서 사업 중단” 발표하고 실제론 계속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북제재 처벌”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9일 공개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우주과학연구원 방문 모습에서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두손으로 성냥갑을 든 장면이 포착됐다. 이는 김 위원장 독재 체제의 위상을 나타내며, 김 위원장이 시찰 현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그의 조부 김일성이 과거 현장에서 담배를 들고 보고를 받던 모습을 흉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시스 조선중앙TV

다국적 담배 기업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와 그 자회사인 BAT 마케팅 싱가포르(BATMS)가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에서 담배 사업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미 당국에 총 6억2900만 달러(8400여억원)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미 법무부는 25일(현지 시간) “법무부 역사상 단일 대북 제재 관련 사건 중 가장 큰 규모의 처벌”이라며 이런 사실을 발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BAT는 지난 2007년 북한에 대한 담배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론 북한에서 담배 사업을 계속했다. 법무부는 “BAT는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제3자 회사’를 통해 북한 법인에 판매한 담배 대금을 처리했다”며 “2007~2017년 북한에서 싱가포르의 제3자 회사로 약 4억1500만 달러(5500여억원)의 미화 금융 거래가 이뤄졌고 이 돈은 BAT로 갔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미국 은행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유령 회사를 이용해 BAT 측에 대금을 결제했다고 한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수년간 BAT는 북한이 담배 제조 사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협력했으며 (사업 과정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네트워크와 연결된 금융 조력자들에게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법무부는 북한의 위조 담배 제조를 도운 혐의로 북한 은행가 심현섭(39)과 중국인 조력자 친궈밍(60), 한린린(41)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9~2019년 북한 국영 담배 회사를 위해 위조 담배에 쓰이는 벌크 잎담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유령 회사를 동원하고 문서를 위조하는 등 최소 310회의 불법 거래를 저질렀다. 이를 통해 북한은 약 7억 달러(9300여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법무부는 “위조 담배는 북한 정권의 주요 수입원”이라며 “북한이 WMD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수익을 창출한다”고 했다. 미 수사 당국은 “대북 제재 위반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