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대만 지킨다고? 미국의 반도체 동맹도 양안전쟁 못 막는다"
"대만 사람들은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고 부릅니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보호하려 해도 양안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중국통' 이철 박사는 중국과 대만 간(양안)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무서운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의 어조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 박사는 누구보다 중국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딴 뒤 중국으로 건너가 KT와 삼성SDS의 현지 법인 등에서 20년 이상 일했다. 오랜 기간 중국 산업계 현장을 체득한 그는 저술과 유튜브를 통해 중국 경제 상황을 누구보다 발빠르고 심도 있게 전달해 온 전문가다.
그런 그는 최근 출간한 신간('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은 예정돼 있다"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주장을 펼친다. 대만이 반도체를 구실로 미국을 끌어들이려 해도, 미국이 외교적 노력 등을 통해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치더라도, '이미 예정된 양안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양안 전쟁 시작의 변수 중 하나는 반도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말한다. '반도체 굴기'의 기치를 높이 든 중국,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TSMC를 보유한 대만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을 넘어 '전략물자'가 된 지금,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는 반도체에서 나온다.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60%에 육박하고, 미국 빅테크는 TSMC 없이 돌아갈 수 없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서방 중심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핵심 파트너다. 이 박사는 "대만의 전략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전성을 위해 대만 본토를 보호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TSMC도 최첨단 생산공장이나 연구개발(R&D) 시설은 대만 본토에만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이 망가지면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도 사라질 것이라는 엄포"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대만, TSMC의 노력에도 양안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 박사의 결론이다. 그는 "(통일을 위한) 양안전쟁은 시진핑 주석 개인 결정이 아닌, 장쩌민 이후 계획된 장기 플랜"이라며 "과거에는 경제·군사적 실력이 부족해 미국의 개입을 상대할 확신이 없었다면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가 예측한 전쟁 발발 시기는 2027년이다. 이 박사는 "시진핑 주석은 대만이 일국양제 원칙을 수용하지 않자 왕후닝(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에게 통일 전략 수립을 지시했다"며 "중국은 5년 단위로 국가계획을 짜는데, 지난해 3연임 결정 이후 새 내각이 세운 전략은 2026년부터라 두 번째 해인 2027년 대만 수복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쟁은 미군이 개입한 대만 측의 승리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름뿐인 승리다. 중국의 대규모 폭격과 상륙전으로 시가전이 벌어져 대만 본토가 초토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주요 생산라인에 타격이 있을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 박사는 "미국 극우 쪽에선 전쟁이 발발하면 TSMC의 주요 연구·생산시설이 중국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는 만큼 아예 폭파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이 대만 전선에 참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북한이 중국과 결탁해 한반도에서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결국 "한국도 양안전쟁을 남의 일 보듯 할 게 아니라 전쟁에 대비한 위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하며 전쟁을 통해 아시아 군사강국의 지위를 노리는 일본의 움직임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왜 양안의 불똥이 한반도까지 튄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 박사는 "중국 입장에서는 경제력의 80%가 집중돼 있는 동부 방면에 미군과 국군을 둔 채로 대만에 총력을 다하기 쉽지 않다"고 전제했다. 중국이 북한에게 주한미군과 국군을 묶어두는 역할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이어 "한반도 또한 전쟁의 무풍지대가 아닌데, 우리는 심각한 인식도 대응전략도 전혀 없다"며 "미리 각계 전문가와 여러 부처의 의견을 모아 사회적 합의점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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