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테라·루나' 사태 신현성 결국 불구속 기소... 처벌까진 첩첩산중
간편결제 등 여러 수법 동원 가격 띄워
'증권성' 입증에 성패 달려, 법원은 신중
검찰이 ‘테라ㆍ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시가총액 50조 원 상당의 피해를 낳은 이번 사태를 ‘금융사기’로 규정하고, 신 전 대표를 주범으로 판단했다. 두 차례 구속이 불발된 끝에 기소는 했지만, 처벌 여부는 역시 검찰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아직 법원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한 데다, 또 다른 주범 격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국내 송환도 자신할 수 없는 등 난제가 적지 않다.
檢 "테라 프로젝트 처음부터 허구"
서울남부지검 금융ㆍ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5일 테라ㆍ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테라)의 공동 창업자 신 전 대표 등 8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검찰은 테라가 추진한 ‘스테이블 코인(가치가 안정된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반 수익 창출 사업을 완전한 허구로 봤다. 테라 측은 △코인 공급량을 자동 조절해 ‘1테라=1달러’를 담보하는 알고리즘 △안정성에 기초한 실물경제 결제수단 활용 △수요 창출 및 수익 발생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테라 관계자들이 이미 사업 초기 프로젝트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고의로 숨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측은 “테라는 2018년 9월 ‘가상화폐를 전자결제 지급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사기 수법은 다양했다. 일당은 우선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페이’를 동원했다. 사실 차이 결제는 원화로 이뤄지고 있었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꾸미려 차이 결제정보 약 1억7,000만 건을 무단 유출ㆍ복제했다.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고정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듯 눈속임하기도 했다.
허위 홍보의 궁극적 목표는 루나 가격을 띄우는 데 있었다. 프로젝트 초기 멤버 7명은 루나 코인 1억3,000만 개 상당을 미리 배정받았고, 가격 급등 후 매도해 최소 4,629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신 전 대표에게는 테라 블록체인을 차이 결제시스템에 탑재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속여 1,221억 원을 투자받은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도 적용됐다. 신 전 대표의 범행을 도운 대가로 40억 원 상당의 루나 코인을 수수한 유모(38) 전 티몬 대표 등 2명 역시 재판에 넘겨졌다.
신 전 대표 측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시스템 사업을 실제 진행했고, 발생한 이익도 고객 및 가맹점과 나눴다”고 주장했다.
증권성 입증, 권도형 송환... 난제 수두룩
검찰의 과제는 총체적 사기를 뒷받침할 근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무엇보다 ‘루나=증권’이라는 등식을 입증해야 한다. 검찰이 끌어들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코인이 증권 성격을 가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루나가 회사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된 점, 결과 손익을 투자자들과 나누는 점 등이 검찰이 내세우는 논리다.
다만 이 정도로 법원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자본시장법 관련 혐의를 겨냥해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신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두 번 다 기각했다. 여기에 법원은 올 2월 신 전 대표의 몰수보전 청구를 기각할 때도 “루나를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 측 논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를 기소한 미국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했고, 우리 금융당국도 수익을 귀속받는 코인을 증권으로 분류하는 만큼 재판에서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의 송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것도 검찰에 부담이다. 그는 여권 위조 등 혐의로 내달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미국 등 다른 사건 관련 국가들도 그의 신병을 강하게 원해 신병 확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가 국내로 들어오면 보다 분명히 사건 실체를 규명할 수 있어 송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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