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그 불편한 효율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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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은행권 뱅크런(집단 예금 인출)과 이에 따른 금융 위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내 뱅크런, 금융위기, 기업과 가계 줄도산. 대개 이런 수순의 예측성 보도가 서구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쏟아졌을 것이다.
그때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주요 은행들은 국유여서 소리소문 없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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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은행권 뱅크런(집단 예금 인출)과 이에 따른 금융 위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얻은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중국에서 SVB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땠을까?
외신은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을 것이다. 중국 내 뱅크런, 금융위기, 기업과 가계 줄도산…. 대개 이런 수순의 예측성 보도가 서구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쏟아졌을 것이다.
기사 톤과 방향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있다. 중국 내 어느 언론도 '선'을 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어떤 은행 하나가 파산했다'는 보도로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금자는 정해진 보호 틀 안에서 해결하거나 지방정부가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했을 수도 있다. 은행 채권·채무는 군소리 없이 동결되면서 은행권 전반의 예금 인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태풍'이다.
보통의 자본주의 국가라면 정부는 분주하게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고 후속 보도를 경쟁적으로 낸다.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저마다 살 궁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계획을 세운 뒤 행동에 옮길 때 돈 흐름은 대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쪽이다. 일상을 벗어난 돈 흐름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중국식 처리를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포함한 언론·담론 통제, 강력한 권력에 의한 피해 범위의 분명한 설정은 중국 아니면 하기 어렵다. 당연히 고통받는 이들의 아우성이 있겠지만 외부인들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불안의 확산과 파생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제의 최대 약점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경제는 특이하다. 어느 한쪽의 희생과 울부짖음을 거대한 봉투 안에 넣은 뒤 외부 세계와 단절한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인권과 재산권, 정의 같은 것들은 무시되기 일쑤다. 그러나 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고통으로부터 자유롭다. 중국 경제는 이 '불편한 효율'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굴러간다.
2021년 하반기 헝다 사태가 터졌을 때도 서구 언론들은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줄도산이 나고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처럼 보도했다. 그때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주요 은행들은 국유여서 소리소문 없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해외 채권단과 부채 조정 문제로 줄다리기 중이라는 소식 말고는 장 전 대사의 예측은 적중했다.
제로 코로나 폐기 직후 벌어졌던 대규모 사망과 중국 정부가 취한 태도는 중국식 사건 해결의 전형적인 사례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어도 '폐렴과 호흡부전으로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에만'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하는 통에 공식 사망자 수는 하루 최고 4273명(1월4일)에 불과했다. 전국 화장터에 시신이 몰려들어 매일 수만 구를 화장하는 현실을 다른 세상으로 구분했다.
해외 언론들은 대규모 사망 사태가 중국 체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중국은 조용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3년 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춘제 기간 강으로, 산으로 놀러 다니기 바빴다.
긍정적 또는 부정적 에너지 확산을 손쉽게 차단하는 나라, 다수의 안녕을 위해 울타리 속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는 나라, 정권 교체 같은 변덕스러운 정치 이벤트 없이 10년이고 20년이고 목표 달성을 향해 뛰는 나라, 그래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하는 나라, 중국이다.
미국으로 밀착이 한창인 지금, 서구 자본주의 시각으로 중국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예측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볼 일이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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