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 통합 간이식 진료팀 운영… 수혈 반으로 줄이고 생존율 95% 이상으로 올려

황효진 기자 2023. 4.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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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병원 전문성 통합 시스템 병원 간 협력으로 체계적 관리
기증자의 안전-회복에 집중, 복강경 수술로 통증 최소화
“순환 정지 사망 후 장기 기증… 국내 법령 마련해 활성화해야”
간 이식이 필요한 간부전 환자들은 이식이 최종 치료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6000명이 넘는 간부전 환자들이 기증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우리 몸에서 간만큼 많은 기능을 하는 기관도 없다. 탄수화물 대사, 아미노산·단백질 대사, 지방 대사, 담즙산·빌리루빈 대사, 비타민·무기질 대사, 호르몬 대사, 해독 작용, 살균 작용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간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간은 재생 능력이 있어서 관리만 잘하면 나빠졌다가도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급성 간부전, 간경화, 간암 등으로 간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엔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특히 다른 치료 방법이 없어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이 안 되거나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꼭 필요하다.

간 이식이 필요한 간부전 환자들은 이식이 최종 치료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6000명이 넘는 간부전 환자들이 기증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간부전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장기 기증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증받은 소중한 장기를 실패 없이 새 생명으로 이을 수 있는 의술의 발전도 중요하다.

환자 중심의 통합 간이식 진료팀

고려대의료원에서는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팀장), 유영동 교수, 조혜성 교수, 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박평재 교수, 간담췌외과 김완준 교수,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한형준 교수가 주축으로 고려대 3개 병원의 전 임상과가 함께 진행하는 통합 간이식 진료팀이 운영되고 있다. 3개 병원에 산재된 의술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수준의 간이식 수술을 펼쳐 더 많은 간부전 환자가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3개의 고려대학교병원 중 어느 곳을 방문하더라도 통합 간이식 진료팀이 환자를 찾아가 집도한다.

통합 간이식 진료팀은 인적 교류 및 학술적 교류를 통해 간이식 분야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의료원 산하 모든 병원 어디에서든 가장 높은 수준의 간이식이 가능하도록 간이식 수술의 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병원 간 치료 프로토콜을 공유한다. 대기자 관리를 비롯한 수술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통합 간이식 진료팀은 임상 진료와 간의 유기적인 협진과 각 병원 간 이식 수술 환경 표준화로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대응, 면밀한 수술 계획과 수술 후 집중 관리를 이뤘다. 수혈량은 반으로 줄이고 이식 후 수술 성공률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인 90일 생존율을 95% 이상으로 올렸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100%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식 교수는 “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소중한 장기를 기증해 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며 “3개 병원의 자원을 모아 효율성과 기술 향상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이식술

고려대의료원에서는 (왼쪽부터)안산병원 간담췌외과 한형준 교수,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유영동 교수, 김동식 교수(팀장), 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박평재 교수, 간담췌외과 김완준 교수 등을 주축으로 통합 간이식 진료팀이 운영되고 있다.
간을 기증하기 위해서는 기증자의 혈관 모양이나 간의 크기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지방간도 없고 모든 간 기능 수치가 정상 상태여야 가능하다. 보통 전체 간의 60∼70%를 차지하는 우측 간을 기증하고, 30∼35% 정도의 간은 남겨놔야 한다. 사람에 따라 우측 간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기증이 어려울 수 있다.

간 기능은 수술 후 1, 2주 이내에 대부분 정상화되고 6개월 이내에 원래 간의 크기만큼 재생된다. 김동식 교수는 “간 이식 수술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증자의 안전과 원활한 회복”이라면서 “기증자가 간 이식을 희망하더라도 30∼40% 정도가 기증 대상에서 탈락할 정도로 기증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증자의 빠른 회복과 수술 후 통증감소, 흉터 최소화를 위해 대부분의 기증자 수술을 복강경으로 진행하고 있다.

간이식은 환자의 간동맥과 간정맥, 문맥, 담도 등 주요 부위를 연결해야 하는 만큼 세밀하고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만큼이나 관리도 중요하다. 이식을 받은 간이 환자의 몸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인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환자는 수술 이후에도 이식받은 간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먹으며 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갈수록 효과가 개선된 면역억제제가 개발되고 수술 기술이 발달해 합병증은 감소하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간 이식 성공률이 평균 90%를 넘기고 있으며 뇌사자의 간 이식 3년 생존율은 75%, 생체 간 이식 3년 생존율은 85%로 높은 수준이다.

이식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지속

이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리는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기증자와 환자 간 혈액형이 달라도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 1개의 간으로 2명에게 이식하는 때도 있다. 기증 당시 상대적으로 덜 건강했던 뇌사자의 간일지라도 이식 후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변화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뇌사자의 장기뿐 아니라 순환(심)정지 사망자의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순환 정지 사망 후 장기 기증을 통한 간이식은 환자의 심장이 멈춘 후 빠르게 장기 적출을 진행해서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수술 직전에는 특수한 장치들을 이용해 장기의 기능을 평가하고 회복시켜 이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순환 정지 사망 후 장기 기증이 보편화돼 있다.

김동식 교수는 “순환 정지 사망 후 장기 기증과 이식에 대해 국내 학계에서도 논의가 시작된 지 몇 년이 됐지만 관련 법령 등이 미비해 아직 본격적인 진행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대국민 홍보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관련 법과 규정의 정비가 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의 심장사 후 장기 이식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에서도 순환 정지 사망 후 장기 이식 분야를 활성화해 더 많은 환자에게 새 삶의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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