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위암-자궁경부암 등 예방하려면 백신접종-균치료 하세요”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2023. 4.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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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예방접종 주간
간암 80%가 B형 간염으로 발생…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접종
위암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 궤양-가족력 있을땐 치료받아야
자궁경부암-구인두암-항문암 등 HPV로 발생해 남녀 모두 접종해야
한 아이가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 중이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암들이 있는 만큼 접종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동아일보DB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암, 올해는 접종 놓치지 마세요.”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예방접종 주간’이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낮아진 백신 접종 비율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자는 의미로 올해 주제를 ‘더 빅 캐치업(The Big Catch-Up, 예방접종 따라잡기)’으로 정했다.

WHO가 예방접종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방접종은 감기나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는 물론 생존을 위협하는 암까지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암 중 40%는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은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암 예방이 가능한 백신이다. 간암과 위암은 각각 원인이 되는 B형 간염을 예방하거나 헬리코박터균을 관리함으로써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예방접종을 지원해주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자궁경부암과 대상포진 예방접종비 50% 지원을 추진 중이다. 경기 화성시는 6월부터 만 18∼26세 여성에게 인유두종바이러스 9가 백신을 지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남녀 자궁경부암 9가 백신 접종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치료제나 백신을 통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암을 알아봤다.

만성 B형 간염, 발생 20년 후 간암 발생률 35%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B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70∼80%를 차지한다. 주요 감염 경로는 감염된 혈액 등 체액, 산모에서 태아로의 수직 감염 등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간세포를 파괴해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만약 영유아기 때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90% 이상이 만성 간염으로 발전한다. 만성 B형 간염으로 진행된 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20년 후에 간경변증이 발생할 비율이 48%, 간암이 발생 비율은 35%에 달한다.

다행히 B형 간염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은 총 3회에 걸쳐 6개월간의 기간을 두고 접종하면 된다. 현재 어린이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B형 간염 백신이 포함돼 있어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접종 후에는 항체가 생성됐는지 검사를 꼭 해야 한다.

국민 50% 보유 헬리코박터균, 적극 관리해야

위암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암 중 네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중요한 위암 유발 인자 중 하나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나선형 모양의 세균이다. WHO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헬리코박터균도 혈액 검사와 제균 치료를 통해 질환의 악화를 막고 위암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의 절반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는 분석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위·십이지장궤양 환자 △변연부 B세포 림프종 환자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조기 위암 환자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은 항생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암 발생의 5.2%가 HPV 탓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매해 미국에서 약 4만7000건의 새로운 HPV 관련 암이 발생한다. HPV 감염의 문제는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암의 5%는 고위험 HPV가 원인이다. 과거에는 자궁경부암이 대표적인 HPV 암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구인두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등의 암이 남녀 상관없이 발병한다.

특히 최근에는 식도와 후두 부근에 발생하는 구인두암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 남성에서 HPV으로 인한 구인두암 발생률이 여성에서 HPV으로 인한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다. 국립암센터 암 등록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구인두암 발생자 수는 2002년 1989건에서 2019년 3969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간암의 주요 원인인 B형 간염을 예방하는 B형 간염 백신이나 원인균을 관리하는 개념의 위암과 달리 HPV 관련 암은 HPV 백신을 통해 직접적으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HPV 백신 접종 시 관련 암을 90% 이상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에서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만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성 접종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최근 남성에서 HPV 관련 암의 발병률이 늘고 있는 만큼 남아에게도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국가에서는 이미 여아는 물론 남아에게도 국가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혼자 접종하는 것보다 남녀가 함께 접종했을 때 질환 발생률과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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