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민간 달 착륙선’, 통신 끊겼다…월면 착지 실패한 듯

아이스페이스 “기술진이 원인 분석할 것”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인 하쿠토-R 미션1이 달을 공전하는 상상도. 아이스페이스 제공

일본 기업이 만든 민간 달 착륙선이 월면에 안착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착륙을 시도하는 도중 지구 관제소와 연락이 두절됐다. ‘세계 첫 민간 달 착륙선’이란 기록 작성도 미뤄지게 됐다.

일본 우주기업인 아이스페이스는 26일(한국시간) 자사가 개발한 달 착륙선인 ‘하쿠토-R 미션1’이 월면 착륙을 시도하던 도중 지구 관제소와 연락이 끊겼다고 발표했다.

하쿠토-R 미션1은 이날 오전 1시40분에 월면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달 상공 100㎞를 돌던 하쿠토-R 미션1은 착륙 1시간 전부터 달 앞면의 ‘아틀라스 충돌구’를 향해 고도를 낮췄다. 그런데 월면에 내릴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구 관제소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지구 관제소와 통신이 두절됐다는 사실은 월면 충돌 등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상황은 아이스페이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하카마다 다케시 아이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우리는 달 표면에 착륙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해야만 한다”며 “이번 상황을 회사 기술진이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쿠토-R 미션1의 동체는 다리가 4개 달린 직육면체 형태다. 폭 2.6ｍ, 높이는 2.3ｍ, 중량은 340㎏이다. 지난해 12월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그 뒤 4개월간 우주를 비행하다 지난달에 달 궤도에 진입했다.

만약 월면 착지에 성공했다면 하쿠토-R 미션1은 세계 첫 민간 착륙선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개발사인 아이스페이스가 일본 회사인 만큼 일본이 러시아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달 착륙을 한 나라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하쿠토-R 미션1에는 달 표면을 굴러다닐 로봇이 실려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장난감 기업 토미가 함께 만든 지름 8㎝짜리 공 모양의 초소형 로봇 ‘소라큐’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개발한 중량 10㎏짜리 소형 무인 탐사차량 ‘라시드’도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달 표면 탐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쿠토-R 미션1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이런 탐사장비 또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해졌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