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36] 고흥 우도 섬밥상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3. 4.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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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도 없는 섬에서 밥을 얻어먹는 일은 쉽지 않다. 십중팔구 섬은 작고 주민들은 고령이라 자신들의 밥상을 차리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큰 섬이라도 여행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 중국집을 찾아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하물며 제철에 섬에서 나는 밥상은 언감생심 생각할 수도 없다. 바다와 가까우니 싱싱한 회라도 한 점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도시 가까운 어시장을 찾는 편이 더 낫다.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건너가는 사람들

다만 예외가 있다. 섬밥상이다. 그런데 누구나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흥군 우도에서 섬밥상을 받았다. “여그 나온 것 중에 우도산 아닌 것은 쌀밖에 없어라.” 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준비했다는 딸이 밥상을 차리면서 한 말이다. 밥상을 살펴보자. 지금 맛이 들기 시작한 숭어, 주꾸미, 낙지, 굴, 부추, 파 그리고 바지락이다. 숭어는 회로, 살짝 데친 주꾸미에 파를 삶아 감아서 올렸다. 주꾸미와 달리 낙지는 데쳐서 무쳤다. 철이 있는지라 굴은 삶아 전으로, 부추도 전으로 내놓았다. 화룡점정은 바지락국이다. 아낌없이 바지락을 쏟아부어 국물 맛이 진하다.

우도 주민이 차려낸 섬밥상

우도는 갯벌로 둘러싸여 있는 섬으로 득량만 가장 안쪽에 있다. 물이 빠지면 노두(지표면에 노출된 시멘트 포장길)를 따라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마을 앞에 선착장이 있지만 어장에 나갈 때 이용하는 선착장일 뿐 뭍을 오갈 때 이용하지 않는다. 주민들도 물이 빠졌을 때 차를 가지고 오간다. 물이 들어와도 수심이 너무 낮은 탓이다.

우도 너머로 지는 노을

최근 인도교를 놓기 위한 공사가 준비 중이다. 오가는 데 갯벌이 걸림돌이지만, 갯벌 덕분에 사는 것이 우도 섬살이다. 겨울에는 갯벌에서 굴을 채취하고, 봄에는 낙지를 잡고 바지락을 캔다. 그물과 통발을 놓아 숭어도 잡고, 낙지와 주꾸미도 잡는다. 섬을 찾는 모든 여행객에게 섬밥상을 차려낼 수는 없다. 여러번 방문해 얼굴을 익히고 인사도 나누어야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밥상머리에서 맺은 인연으로 낙지가 많이 잡혔다고, 바지락을 많이 캤다고 연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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