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민어·제철 맞은 바지락… 전주서 영화만 보면 ‘반칙’
“김치찜 드시러 가시능가요?”
도로명 주소만 말했을 뿐인데, 전주역 앞 택시 기사는 단박에 ‘김치찜’ 식당으로 가는 길임을 알아차렸다. “그 집 단골”이라며 자신의 다른 단골집들을 술술 읊었다. 아귀찜, 물갈비, 나물비빔밥…. 듣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북 전주는 잃어버린 입맛도 되살린다는 미식의 도시다. 아무리 영화제 일정이 빡빡해도, 이 도시에서 영화만 보고 가는 건 반칙이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영화제를 앞두고, 3명의 프로그래머(영화제 총괄)에게 전주에 오면 꼭 들른다는 맛집을 추천받았다.
◇묵은지에 싸먹는 별미 민어회
“진하고 감칠맛 넘치는 민어탕과 묵은지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전주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가 첫째로 고른 집. 완산구 중앙동 ‘동락 일식’이다. 45년째 한자리를 지킨 노포로, 주 재료는 ‘민어’. 묵은지, 회무침 등 전라도식 한 상과 함께 나오는 민어탕(2만원)엔 강장 식품 부레까지 들어 있다. 공깃밥 인심도 후하다. 원하는 만큼 밥을 퍼준다. 주류를 시키면 맛보기용 민어 또는 광어회가 나온다. 민어는 이틀에 한 번꼴로 전남 목포에서 고속버스 택배로 들여온다. 뱃살, 등살, 꼬리살 등 골고루 구성돼 알맞게 숙성된 민어회(점심·1인 5만원)를 묵은지에 싸먹는 게 이 집 별미다.
문 프로그래머는 국내산 돼지불고기(1만2000원)와 김밥(2000원) 등 소박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 메뉴가 많은 완산구 서노송동 ‘진미집 본점’도 추천했다.
◇제철 바지락 듬뿍 넣은 바지락 전과 죽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완산구 중화산동 ‘변산 명품 바지락죽’을 첫손에 꼽았다. “싱싱한 바지락으로 만든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마침 지금이 바지락 제철이다. 전북 고창 심원면에서 왔다는 바지락은 어른 손바닥 절반 크기 정도로 실했다. 이 씨알 굵은 바지락을 듬뿍 넣어 튀기듯 바삭하게 구운 ‘바지락 전(1만3000원)’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전주 향토 음식인 물갈비를 바지락에 접목한 ‘바지락 물갈비(1만원)’도 발군이다. 돼지갈비에 각종 채소를 함께 넣어 끓여 먹는 ‘갈비 전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집은 여기에 더해 바지락으로 육수를 내고, 돼지고기와 함께 바지락을 넣는다. 따로 소금을 넣지 않아도, 바지락이 간을 맞춘다.
전라도에서 김치 자랑하면 안 된다지만, 저온 숙성 창고까지 따로 둘 정도로 김치에 진심인 사장님이 내놓는 겉절이와 묵은지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지락죽(1만원)과 함께 먹으면 더 제대로다.
◇배추부터 직접 키운 묵은지 돼지고기찜
택시 기사도 단골이란 김치찜 집은 전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덕진구 인후동 ‘명성옥’이다. 2002년 시작한 이 가게는 배추농사부터 직접 지어 담근 묵은지로 유명하다. 3년 이상 된 묵은지로 만드는 김치찜은 따로 가위를 대지 않아도 쭉쭉 찢어진다. 어머니에 이어 2대째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김진수(34)씨는 “김치의 맛과 품질은 물론이고 직접 농사를 짓는 덕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돌솥밥에 후식 식혜까지 포함된 묵은지 돼지고기찜(1만원) 등 대부분 메뉴가 1만원 이하.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식혜는 결코 조연이 아니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완산구 다가동 ‘아이마미따’의 멕시칸 타코, 완산구 고사동 ‘가마’의 피자를 추천했다. 국제영화제답게 한식만 즐기기 아쉽다는 관객들을 위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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