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순이익 111% 폭등… 보험사에 무슨 일이

김은정 기자 2023. 4.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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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개미들의 관심이 온통 2차전지 종목에 쏠려 있는 사이, 소리 없이 오른 업종이 있다. 손해보험주(株)다.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DB손해보험 주가는 26%, 현대해상 주가는 24% 올랐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폭풍 상승해 최근까지 두 종목은 52주 신고가를 달렸다.

사실 보험 업종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저금리 속에 저출산, 저성장이 겹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웬일로 보험주에 볕이 들었을까.

◇ ‘만년 병풍’ 보험주 올들어 26% 폭등 52주 신고가… 백내장 과잉 진료 잡자, 손해율 뚝

보험 업계로서는 앓던 이가 쏙 빠진 계기가 있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이 경찰청·대한안과의사회와 함께 백내장 과잉 진료 및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한 특별 대책을 발표하고,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개정했다. 그간 비급여 과잉 진료 단골로 꼽혔던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 청구 심사를 강화했다.

그 결과, 작년 실손보험의 보험 손익이 1조5300억원 적자로, 2021년 적자(2조8600억원)보다 절반 가까운 1조3300억원이 개선됐다. 또 경과 손해율(보험료 수익 대비 발생 손해액)도 작년 기준 101.3%로 역대 최고였던 2021년(113.1%) 대비 11.8%포인트 줄었다. 손해율은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다.

전체 실적을 발목 잡던 실손보험에서 누수가 많이 줄어든 데다, 손보사들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 보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났다. 감독 당국이 올해부터 새로운 자동차 보험 표준 약관을 적용, 경상 환자가 ‘나이롱 환자’(장기 치료받는 가짜 환자)가 되는 것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 실적도 작년 못지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래픽=백형선

◇회계의 마법?…앉아서 이익이 늘어나네

사실 4월 들어 주가 그래프가 가팔라진 것은 또 다른 이슈 때문이다. 각 회사가 3월 말 작년 실적을 내놓으면서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보험회계 국제기준(IFRS17)에 따른 부채 시가평가 결과를 일제히 내놨는데, 새 회계 기준을 적용했을 때 실적이 크게 개선돼 보이는 회사들이 상당했다.

현대해상의 경우 종전 회계 제도대로라면 작년 순이익이 5609억원인데, 업계에서 일명 ‘세븐틴’이라고 부르는 새 제도를 적용하면 1조1820억원으로 무려 111% 뛴다. ‘회계의 마법’이라 부를 만하다. 업계 순위도 바뀌었다. 손보 업계 1위였던 삼성화재가 새 회계 기준으로 보면 작년 순이익이 1조4764억원에 그치고, DB손해보험이 1조6703억원으로 삼성을 넘어선다.

기존 회계 제도에서는 현금 흐름 일정에 맞춰 초기에 대량으로 인식하던 사업 비용을 새 회계 제도에서는 기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하게 나눠 처리하게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는 20~30년에 걸쳐 들어오는데 비용은 판매 초기에 크게 인식했던 기존 회계의 문제점이 개선되면서 왜곡이 사라져 순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 인(人)보험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회계 변경에 따른 실적 상승 효과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주주 환원율은요?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10년이 넘도록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보험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2021년부터는 급격히 금리가 상승한 데다 2019년 이후 손해율이 안정화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은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IFRS17 도입 시 생명보험사는 이차 역마진(이자 손실) 때문에 저조했던 실적이 순이익 기준 100%~155% 증가하고, 손해보험사 역시 순이익이 30~7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런 요인들이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20~30%씩 늘어났던 손보·생보사 원수보험료(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는 2010년대 들어 3~6%대로 뚝 떨어졌다. 인구 감소, 저성장 경제 구조 속에서 보험 업계도 저성장·저수익성을 탈피할 만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일단 보험 업종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1분기 실적 발표 후 새 회계 기준을 적용한 이익을 기준으로 주주 환원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사들의 배당 성향은 새 회계 기준에 따른 이익 기준으로 계산해도 13~39.7% 수준인데, 유럽 보험사들은 50% 이상인 곳이 많다. 이 차이가 좁혀질수록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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