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1] 왕이 된 원숭이
춤을 춰서 좌중을 즐겁게 한 이유로 원숭이가 동물의 왕으로 선출되었다. 여우는 그런 원숭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날 고기가 놓인 덫을 발견한 여우는 원숭이를 찾아가서 귀한 음식을 발견했는데 왕에게 진상하려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고 말했다. 원숭이는 지체하지 않고 달려갔다가 덫에 걸리고 말았다. 원숭이는 여우가 자기를 함정에 빠뜨렸다며 화를 냈다. 여우가 말했다. “야, 원숭아. 넌 네 자신을 동물의 왕이라고 부르지만, 넌 그렇게 속아 넘어갈 정도의 지각밖에 없는 놈이야.” - 이솝 우화 ‘왕이 된 원숭이’ 중에서
전 정권 수장의 퇴임 후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홍보 영상이 공개되었다. 허연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주인공은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에 허망하다”고 말했다. 정치, 안보, 외교, 경제 등 국가의 눈부신 발전을 떠올릴 수 없는 사람들은 그가 성취한 것이 무엇이냐 되묻고 있다.
집권 기간, 나랏빚은 400조가 늘었고 집값, 물가, 금리는 치솟았다. 출산율은 최저를 기록했고, 탈원전과 태양광 부정 특혜 사업, 정권의 성공 신화를 위한 통계 조작도 뒤따랐다. 남북 군사 합의, 판문점 USB 전달,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대응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등 이해 못 할 북한 관련 행보는 셀 수도 없다.
성취(成就)는 ‘목적한 대로 일을 이룬다’는 뜻이다. 홍보 영상의 또 다른 출연자 대사처럼 ‘밤잠 설쳐가며’ 그가 달성하려던 목표는 대한민국의 성공이었을까? 탈원전 폐기, 부동산 감세, 스쿨존 속도 제한 완화, 마약 수사권 복원, 북한 도발 강력 대응, 한일 한미 관계 회복 노력이 허망함의 이유라면, 지난 정부가 목표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화 속 원숭이는 멍청해서 덫에 걸렸지만 지난 정권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구호 속에서 무너뜨리고 싶은 거 다 무너뜨리며, 건국 이후 성장해 온 대한민국을 과거로 되돌렸다. 많은 국민이 분노하다 못해 허망해하던 5년이었다. 퇴임 1년,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연금 월 1400만원과 65명의 경호 속에서 국민 세금으로 풍족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면,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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