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대화형 인공지능은 판도라의 상자인가?
AI 규제 장치 마련도 필요…엑스포서 챗봇 안내 기대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공학박사·‘스마트시티 세계’ 저자
대화형 인공지능(Conversation AI)의 패권을 둘러싼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의 기술전쟁이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챗GPT(ChatGPT) 공개는 이 기술전쟁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린 신호탄이 됐다.
지난해 11월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3-5를 출시하자 금년 2월, 구글이 바드(Bard)라는 인공지능 기반 지식 정보 서비스를 공개했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는 3월, 자사 인공지능 이벤트에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에 GPT-4를 탑재한 인공지능 도우미 Microsoft 365 Copilot을 공개했다.
그리고 금년 3월 14일, Open AI와 함께 GPT-3.5보다 훨씬 더 정확해진 GPT-4를 출시했다. 이어서 4월에는 챗GPT를 적용한 인터넷 검색 엔진 ‘빙(Bing)’을 공개했다. 빙은 장기적으로는 구글을 비롯한 모든 검색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에 자극받은 구글은 지난 4월 20일 자사 인공지능 계열인 ‘딥마인드’와 구글 내 연구 조직인 ‘브레인’을 ‘구글 딥마인드’로 통합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중국의 바이두, 러시아의 얀덱스도 AI 개발과 서비스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야흐로 이 분야의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이라는 별들의 전쟁에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서치GPT를 올 상반기에 공개한다고 한다. 서치GPT는 국내 검색 데이터와 AI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한 한국형 챗GPT이다. SK텔레콤도 최근 GPT-3 기반의 거대 언어 모델을 이용한 대화형 AI 챗봇 서비스인 A.(에이닷)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대화형 인공지능의 패권전쟁에서 인공지능(AI)의 두뇌 역할로 쓰이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등 AI 반도체 시장을 빼놓을 수는 없다. 최근 출시된 GPT-4에 엔비디아의 GPU(A100)가 1만여 개나 사용되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 반도체 시장이 올해 553억 달러에서 2026년에는 861억 달러(약 11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관련 기업들도 AI 연산에 특화된 두뇌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도체 NPU를 개발하기 위해 뛰고 있다. 퓨리오사는 2021년 NPU ‘워보이’를 내놓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SK스퀘어에서 분사한 사피온은 2020년 AI 반도체 X220을 선보였고, 2021년 AI반도체 ‘아이온’을 내놓은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차세대 모델인 ‘아톰’을 금년 3월 출시했다.
AI와 챗GPT를 논하면서 국가별 인공지능 거대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도 간과할 수 없다. 자체 AI 모델이 없는 국가는 다른 나라의 AI 모델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정보와 데이터도 종속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자체 LLM을 개발한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영국 한국 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로서는 자랑스럽다.
대화형 인공지능 등 반도체 AI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미래에 기대와 희망에 차 있는 것은 아니다. 판도라(Pandora)의 상자로 보는 시각도 현재 존재한다. 금년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 AI 업계 유명 인사들이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라”는 공개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얀 르쿤이나 앤드류 응, 요샤바흐 등 다른 전문가들은 서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6개월간 AI 개발을 일시 중단하게 되면 중국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가해서 미국을 앞설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반대했다.
엔비디아의 CEO 잰슨 황은 “AI의 정보 혁명은 우리를 좀 더 유쾌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챗GPT는 출시한 지 2개월 만에 월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AI의 발전과 활용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AI 활용 서비스는 시장에서 수요자가 결정하는 것이며 AI에 규제가 필요하면 안전장치를 만들면 된다. 산업계가 동의한다면 정부가 개입해 안보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함이 바람직하다.
챗GPT는 검색엔진, 업무 방식, 문화생활 등 일상을 바꿔놓을 수 있는 혁명적 기술이다. 이런 추세라면 수년 안에 AI와 친구가 되거나 AI를 반려자로 삼는 세상이 등장할 수도 있다.
2030년 봄, 월드엑스포를 관람하면서 센텀2 테크노밸리에서 생산된 세계 최고 수준의 필자 전용 챗봇의 안내를 받는다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챗봇 이름을 김춘추로 지을지 제갈공명으로 지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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