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을숙도의 재발견

강필희 기자 2023. 4.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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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김정한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에는 화자이자 중학교 교사인 '내'가 신학기를 맞아 가정방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불과 26년 후 을숙도는 분뇨처리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그랬던 을숙도가 문화와 생태가 자라는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을숙도 왼쪽의 강서구는 에코델타시티 등 영향으로 비교적 역동적인 지역이고 사하구도 원도심에 비해 젊은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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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김정한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에는 화자이자 중학교 교사인 ‘내’가 신학기를 맞아 가정방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중엔 주인공인 건우네도 있다. 건우는 섬 모양이 길쭉한 주머니 같아서 이름 붙여진 조마이섬이라는 데 산다. 담임의 여정은 초량에서 버스로 하단나루까지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요산은 생전 조마이섬이 어디인지 밝힌 바 없다지만, 소설을 읽으면 낙동강 하구 을숙도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빽빽이 들어찬 갈대, 끼룩끼룩 울어대며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고니, 붉디 붉은 낙조가 어우러진 을숙도의 옛 모습은 여러 문화예술인의 시 소설 영화에 담겨 있다.


을숙도에선 땅을 파거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섬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라는 가치를 인정해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했다. 그런데 불과 26년 후 을숙도는 분뇨처리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993년부터 5년간은 도시화로 넘쳐나는 생활쓰레기를 이곳에 파묻었다. 무려 500여만t이다. 이런 땅에 분뇨와 쓰레기를 버리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때나 지금이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랬던 을숙도가 문화와 생태가 자라는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맞춤형 노인전문체육시설인 ‘복합힐링파크’ 건립 계획을 내놓았다. 2만5331㎡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을 지어 노인 관련 시설을 넣겠다는 것이다. 1~3층에는 가상현실 체험실, 치매예방 상담실, 스크린 파크골프장, 체육관 등이 자리하고 옥상엔 게이트볼장이 조성된다. 야외에는 18홀 파크골프장도 생긴다. 고령층 전문시설로는 전국 첫 사례라고 한다. 을숙도에는 이미 대표 문화시설인 부산현대미술관과 을숙도문화회관이 활발히 운영 중이고, 매립장은 놀라운 복원력 덕분에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해 철새와 탐조객들을 유혹한다.

이달 초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에서 을숙도를 가장 먼저 찾은 덴 까닭이 있다. 을숙도 만큼 대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탐욕이 뒤섞이고 결국엔 인간이 자연의 힘에 굴복하는 대서사시를 실증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도시이다. 그러나 을숙도 왼쪽의 강서구는 에코델타시티 등 영향으로 비교적 역동적인 지역이고 사하구도 원도심에 비해 젊은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을숙도가 생태와 문화, 세대가 어우러지는 즐거운 난장이 되어간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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