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원어민 선생님은 챗GPT”
“왓 이즈 유어 네임?” “아 유 해피?”
지난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성초등학교. 4학년 2반 학생 20명이 영어 수업 도중 한 명씩 교탁 앞으로 나와 ‘챗GPT’를 상대로 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학생이 교탁 위 마이크에 영어 문장을 말하자, 음성이 텍스트로 전환돼 챗GPT에 전달됐다. 곧바로 원어민 음성의 챗GPT 답변이 흘러나왔다. 이재화(39) 담임교사는 “영어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도 발음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이번 학기부터 챗GPT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 학생은 “챗GPT는 발음이 좋고, 새로운 영어 단어를 많이 알려줘서 재밌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수업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이 지역 교원 5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챗GPT 사용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70%였다. 절반이 넘는 57.5%는 ‘챗GPT가 교사 역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서울 구로구의 특수학교인 ‘정진학교’에선 학생들이 국어 시간에 챗GPT를 이용해 ‘나만의 동화책’을 만들고 있었다. 이곳 학생들은 중증 장애 때문에 글쓰기와 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생들은 ‘미녀와 야수’ ‘라푼젤’ 등 좋아하는 동화를 골라 읽은 뒤 챗GPT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줄거리로 새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2′ ‘구글 오토드로우’ 등으로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어울리는 삽화를 넣어 동화를 완성한다.
특수학교 학생들이 창작 활동을 할 때 교사들이 도와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내가 해 볼게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안지훈(43) 교사는 “손수 만든 동화를 PDF 파일로 받은 학생들은 ‘내가 했어요!’라고 외치며 뿌듯해 한다”고 말했다. AI 덕분에 학생들이 이전과 다른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 은평구 충암중 컴퓨터 교실에선 3학년 학생 20명이 ‘사이버 윤리’ 단원을 배우며 챗GPT와 토론을 벌였다. “사이버 공간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할거야. 넌 찬성 입장에서 답변해 줘”라고 하면 챗GPT는 찬성 논리를 펼치며 학생들의 반대 입장을 반박했다. 이 수업을 담당한 권순찬(39) 교사는 “챗GPT는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 수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인공지능과 토론하면서 학생들이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챗GPT 한계도 뚜렷하다. 틀린 것을 정답처럼 제시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이 대표적이다. 숙제 표절 등 챗GPT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속출하는 것도 문제다. 한 교사는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기술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원 대상 인공지능 연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는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 연구를 시작했다. 오는 7월 배포를 목표로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챗GPT 활용 사례를 공유하는 포럼을 열었으며, 부산교육청은 상반기 중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교원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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