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 미래 실종과 소모사회
청년세대에게 미래는 실종 상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수행한 연구를 보면 청년세대는 “미래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까?” “개인의 힘으로 미래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등의 물음에 20대는 6.5%, 30대는 10%만 동의했다. 이는 40대가 21.9%, 50대가 24.5%, 60대 이상이 37.1% 동의한 데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20대, 30대가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기대하지도 않으며 미래를 빚어가는 데 몹시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청년세대에게 미래는 이젠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중·장년세대는 낮지 않은 사회적 불안에 휩싸여 있다. 사회적 불안은 전쟁이나 소요, 사회적 차원의 불평등 악화, 갈등의 심화, 실업 증가 등으로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겪게 되는 불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세대는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평균적으로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45~54세 집단의 불안도가 55~64세 집단의 불안도보다 높기도 했다.
사회적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한 몸을 이룬다. 살아갈 미래가 더 많이 남은 연령층의 불안도가 더 높은 이유이자 미래 희망이 더 적은 이유다. 청년세대는 일자리와 주거 문제, 기성세대의 불공정, 경쟁 지상주의 등을 미래 실종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그들은 이를 터널에 비유했다. 터널이 얼마나 남았는지, 터널의 끝이 또 다른 터널의 시작은 아닌지 등 어느 하나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사회적 불안은 더 커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년세대에게 미래가 실종된 까닭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를 개괄할 때 피로사회니 위험사회 같은 표현이 곧잘 사용되었다.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 열정페이 등도 우리 현실의 부조리, 불공정,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이념·지역·세대·젠더 갈등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부정적 요인에 의해 생명과 생활이 소모될 수밖에 없는 총체적 ‘소모사회’임을 말해준다.
하여 “미래를 걱정하면서 지금을 낭비할 수 없다”는 청년세대의 말은 한없이 무겁다. 우리 사회의 미래도 더불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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