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총장 “신입생 절반 無전공 선발… 학과 장벽 허물 것”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뷔페식당’을 차리겠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 방안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한 전공에 갇히지 않고 여러 분야를 탐색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부는 대학 혁신 방안으로 입시와 교육, 연구 분야 전반에 걸쳐 ‘학과·전공 간 벽 허물기’를 주문하고 있다.
-학과 간 장벽을 허무는 방법은.
“우선 입시에서 신입생 50%를 전공 없이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수시와 정시로 학생이 대략 절반씩 입학하는데, 하나는 (전공) 경계를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저학년 때는 다양한 교양과목을 듣게 하고, 3학년부터 여러 소단위 전공(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을 마련해 주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걸 뷔페식당처럼 차려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르면 2025년 도입하겠다.”
-절반만 전공 없이 뽑는 이유는.
“학생 전체를 전공 없이 선발하면 학교 내 저항이 매우 클 수 있다. 과거에도 계열·학부제 모집을 한 적이 있지만, 학과 모집으로 돌아왔다. 전공 없이 선발하는 게 정답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50%는 전공 없이 뽑고, 나머지 50%는 전공을 살려두려 한다. 대신 학과별로 뽑는 50%도 3~4학년 때 다양한 수업(모듈)을 들을 수 있게 하겠다. 사학과 입학생이 3학년이 되면 사학과 심화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지만, 원하면 반도체 등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다.”
이 총장이 신입생 선발 방식을 크게 바꾸는 건 교육부 ‘혁신 지원 사업비’와 관련이 있다. 올해 교육부는 이 사업으로 117대학에 8057억원을 지원하는데, 이 중 30%는 혁신 계획서 평가를 통해 차등 지급한다. 혁신 계획서 평가에서는 전공·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 유연화하는 데 배점의 80%를 부여했다.
-교수 연구와 교육에서도 학문 간 융합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양대에는 스마트반도체 등 5가지 대형 융합 연구 집단이 있다. 여러 학과 교수들이 공동 연구를 한다. 그 연구 집단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부생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 매우 융합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다.”
-취임사에서 “대학들이 위기 상황이지만, 희망은 있다”고 했는데.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이 40만명이다. 한양대가 개교 100주년을 맞는 2039년에는 저출산으로 20만명 초반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온다. 단순 계산으로 대학 절반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15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희망’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국제화에 있다. 학생 수가 줄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외국 인재를 유치해 키우는 일이다. 등록금을 1% 인상하면 23억원이 늘어나는데, 작년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이 총 668억원이었다. 등록금을 25% 올리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 총장은 한양대에서 주요 보직을 20년 이상 맡았다. 특히 국제처장으로 활동하며 외국인 학생 유치 등 국제화에 큰 성과를 냈다.
-대학 국제화 방향은.
“대학 국제화를 추진한 지 20년 정도밖에 안 됐다.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 높은 우수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하고 잘 길러내는 게 중요하다.”
-인문계 학생 취업난이 극심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공 계열 출신들은 세상 모든 곳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문·사회 계열 사람들은 그런 정답은 없다고 본다. 사고가 유연한 만큼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문과 학생들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등을 배우면 날개를 달게 된다. 그런 것을 포함, 3~4학년 때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게 하겠다.”
-임기 중 역점 과제는.
“대학에는 연구와 교육, 사회 봉사라는 세 가지 역할이 있다. 지금은 이 세 가지가 따로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이걸 연결해 융합하고 싶다. 예컨대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회용품 줄이기를 연구와 교육 측면에서 접목할 수 있다. 우리가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이 사회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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