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떤 헤어짐에 대한 선물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당연시됐던 시대가 있었다. 평생 한곳에서 근무하다 퇴직하는 이의 뒷모습은 그래서 근사했다.
그런 사고방식이 퇴색하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선 이미 고정관념이 된 지 오래다. 인력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규정했던 고전적인 경영학 프레임도 깨지고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에선 아직도 장기 근무를 존중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평생 일하고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주는 기념패나 감사패 등이 그렇다. 물품이 변하긴 했지만 말이다. 후배들의 감사하는 마음도 담겼다. 경비는 십시일반으로 갹출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용인특례시 공직사회에서 장기근속 모범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선물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120만원 상당의 골드바(재직 기념패)가 그렇다.
유진선 시의원이 불을 지폈다. 최근 열린 제272회 임시회 5분발언에서였다. 그는 “2023년 본예산 심의에서 50% 삭감된 30년 이상 장기근속 모범공무원 77명에게 골드바를 지급하는 예산안이 4개월 만에 또 상정돼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근속 모범공무원의 노고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고 전제한 뒤 난방비와 고물가 등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무원노동조합의 반발이 이어졌다.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공무원도 시민이고 노동자다. 공무원의 권익이 시민의 권익과 배치된다는 생각이 낡은 관료문화의 인식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30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고 마지막 퇴직의 길을 예우해 주는 걸 어떻게 낡은 관료문화로 비꼬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용인특례시를 위해 30년 동안 근속한 공무원에게 그 정도의 포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한 최종 판단은 110만 시민의 몫으로 남았다. 어떤 헤어짐에 대한 선물을 놓고 인심이 각박해진 걸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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