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증명사진’ 신상공개, 누구냐 넌?
‘증명사진’이란 주로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문서나 증서에 실제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붙이는 사진을 일컫는다. 특히 인생컷이라 부를 수준의 증명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 게시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소개팅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용도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애용되곤 한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최첨단 뽀샵기술을 동원해 가히 화보 수준의 증명사진을 창작(?)하는 것이 대세다. 증명사진과 실물 간의 간극이 크다는 건 전 국민이 공유하는 오랜 비밀이 돼버렸다.
하지만 때론 이런 비밀이 예상 밖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바로 6대 강력범죄와 성폭력 범죄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가 그것이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피의자 일당이 체포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됐지만 실제 실물과는 판이하게 다른 증명사진으로 “누구냐 넌?”이라는 논란만 일으켰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부터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이기영까지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질 때마다 반복돼온 지루한 논란이다. 이는 체포 후 수사 과정에서 촬영한 ‘머그샷’이 아닌 증명사진이 공개된 까닭에 벌어진 촌극이다.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2010년께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와 예방을 위해 전격 도입됐다. 범죄의 잔혹성 및 피해의 중대성, 공익적 목적을 모두 고려하되, 무엇보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 한해 신상정보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범죄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머그샷 공개를 위해서는 피의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만약 동의가 없다면 주민등록증 등 공적 증서에 첨부된 증명사진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또 ‘얼굴 공개 시에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해선 안 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모자와 후드,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편 살해범 고유정이 언론 앞에서 긴 머리를 앞으로 내린 ‘커튼 머리’로 얼굴을 다 가린 것 역시 이런 법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문득 증명사진 속 얼굴들의 공통점이 떠오른다. 살짝 웃음 띤 얼굴로 반달눈을 한 채 정면을 응시한 모습, 보는 이의 호감을 사기에 최적의 표정을 한 그 얼굴이 만약 내 가족과 친구를 해친 흉악범이라면 그 기분은 어떨까? ‘머그샷’ 공개를 원칙으로 한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 자체를 폐지할 게 아니라면 법 취지에 맞게끔 고쳐 쓰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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