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선거개혁과 정치개혁, 21대 국회가 책임져야
많은 기대를 안고 21대 국회가 출범했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여전히 낮다. 국민은 국회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선거구 획정만 봐도 그렇다. 선거구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획정해야 하지만 국회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20대 총선은 42일 전, 21대 총선은 39일 전에야 선거구를 획정했다.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진 결과다.
총선과 대선이 끝나면 여야는 공수만 바뀌어 정치 공세를 반복했다. 국회법에 국회의장 선출을 명시했지만 2000년 이후 기한을 지킨 것은 19대 후반기 한 번뿐이다. 대선 이후 여야는 산하 기관장의 알박기, 인사청문회의 신상공개 문제 등을 공수를 바꿔 정치적 공세만 했다. 이런 갈등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그렇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은 국회 선거제도 개혁 역시 진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거제도 개혁은 다양성과 비례성,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꼭 필요하다.
합계출산율 0.78의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금개혁 문제, 기후위기 문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름 알리기, 얼굴 알리기에 급급하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지역에 매몰돼 새벽에 관광버스 인사드리고 종일 지역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논의에 전념해야 한다. 그래서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개선이 시급하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비롯해 지역구에 매몰돼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완벽한 선거제도는 없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 우선 다양성과 비례성, 지역주의 완화라는 난제부터 해결하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역별 비례제 도입은 영남과 호남의 지역주의 구도를 기반으로 하는 양극단의 대립정치 폐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성정당 논란이 없는 연동형 권역비례제를 도입한다면 양당 독점이 아닌 다양한 정당의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석패율제를 도입한다면 승자독식 선거구제의 사표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 정당이 후보자의 순서까지 결정해 유권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폐쇄형 명부제를 여성, 청년, 장애인 등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개방형 명부제로 개선한다면 다양성 역시 보장할 수 있다.
증원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석 수 확대는 정치제도 논의의 본질마저 앗아가 버리는 블랙홀이다. 국민 신뢰도 꼴찌인 국회가 인기영합적 의원 수 축소나 확대 논의에 매몰된다면 21대 국회의 정치개혁은 빈손으로 끝날 것이다. 의석 수 확대 없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지역구 의원 축소까지를 포함한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논의해 봐야 한다.
선거제도개혁, 정치개혁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고 비례성과 다양성을 담보하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성과라도 거둘 수 있다면 21대 국회는 정치개혁에 있어 성공한 국회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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