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일본은 해양법 법정에 서야 한다
저장 탱크는 97%가 찼다. 133만t이나 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차오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12년 전에 멈추었다. 그러나 원전 주위와 아래를 흐르는 지하수는 끊임없이 방사능 오염수가 된다. 도시바 원전 설계자였던 고토 마사시 박사가 지난 21일, 서울 강연에서 강조하였듯이, 일본 정부는 탱크에 가득 찬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궁리만 할 뿐, 미래에 끝없이 새로 늘어날 오염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마찬가지다. 이 기구가 가장 최근에 낸 지난해 11월의 4차 보고서의 그 어느 페이지에도 계속 늘어날 오염수에 대한 구체적 문제 제기는 없다. 이 기구는 본디 원자력 이용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기구가 하는 오염수 평가 재검토라는 것은 2021년 7월8일에 일본 정부와 체결한 협력 약정에 따른 것이다. 유엔해양법 협약의 권위 있는 공식절차가 아니다. 게다가 이 약정을 보면, ‘어떻게 일본을 지원할 것인가’를 범위로 한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더욱이 재검토 기준은 바로 국제원자력 기구 자신이 만든 것이다. 이 정도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재검토라는 것이 얼마나 원자력 산업과 일본에 치우쳐 있는지 알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한국 국민의 염려를 모두 맡겨도 되는가? 바다를 지키는 헌법인 유엔해양법협약 국가로서의 국제법적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태평양도서국가포럼(PIF) 소속 18개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일본에 이웃 나라에 해를 끼칠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 되고, 국제법적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일본 오염수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독자적인 방사능 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로 영향평가팀을 만들어 자료를 확보하고, 의견의 근거를 다져야 하며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 글에서 비로소 처음 밝히는 사실이지만 한국은 2021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섯 차례, 일본에 오염수 자료를 요청했다. ‘안전성 검증 체계’ ‘측정 평가핵종 재선정 판단 근거’ 등을 질의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일본은 한국에 어떤 내용의 자료를 보냈을까? 한국 정부의 분석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꽁꽁 비밀로 묶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 오기 전, 국제원자력기구는 오염수 방출에 문제가 없다는 최종보고서를 낼 것이다. 일본은 지금 그 보고서가 나올 날짜만 세고 있다. 그리고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릴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보고서는 확실한가? 보고서는 방사능 노출 기준치 이하의 저선량은 안전하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치 아래의 저선량은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국제원칙인 ‘편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는 방사능 위험성을 능가할 편익이 없다.
일본은 탱크를 더 건설해 오염수를 계속 보관할 수 있는 기술과 돈이 있다. 국제사회를 위해 사고 원전의 통제와 안전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녹아버린 핵연료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일본의 원자력규제위원회에 1호기 격납고 바닥에 구멍이 났을 가능성이 보고된 것이 이번주의 상황이다. 이처럼 오염원 자체에 대한 안전통제 확보가 급선무이다. 오염원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지금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때가 아니다. 1993년 당시 러시아가 900t의 핵폐기물을 일본 근해에 버린다고 분노했던 자신을 기억할 때이다.
만일 끝내 일본이 오염수를 투기한다면, 일본이 설 곳은 국제해양법재판소 법정이 될 것이다. 일본은 유엔해양법 협약상, 해양 생태계를 보전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저지른 일로 이웃 나라의 바다에 어떠한 해를 끼쳐서는 안 될 관리책임도 진다.
윤석열 정부에 요구한다. 일본에서 받은 자료와 분석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의 입장과 근거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일본을 국제법정에 세울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유엔해양법 협약을 적용하는 틀로 바꿀 방법이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아니라 유엔해양법 협약의 권위를 갖는 국제 환경기구가 오염수 투기 위험성을 분석할 유일한 방법이다.
일찍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일본을 국제법정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원자력 산업과 대일관계에 포획된 관료들은 딴전을 피웠다. 바다는 세계 시민의 것이다. 만일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제소를 거부한다면, 한국 시민사회는 국제적 협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일본을 국제법정에 세울 권한 있는 나라가 한국만은 아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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