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 8인 만난 한국계 美장군 “혈맹 소중히 유지해야”
“한미 동맹을 기리기 위해 먼 길 와주신 ‘8인의 용사(Eight heroes)’를 만나게 되니 뭉클해집니다. 이 혈맹(血盟)을 더 소중히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미 육군 현역 장성 중 유일한 한국계인 마이클 시글 미국 육군 준장(병참감)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오후 미 버지니아주(州) 포트 리 육군 기지 내 병참학교에서 한국의 ‘호국 영웅’ 8명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초청돼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이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싸웠던 것을 인정받아 영광”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재단(이사장 정승조)이 마련했다.
시글 장군은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고속정 부정장으로 승전의 주역이었던 이희완 해군 대령,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 연평부대 포7중대장이었던 김정수 해병 중령,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등 현역·예비역 군인 8명을 이날 자신의 부대에 초청했다. 천안함 갑판병 출신인 전준영 예비역 병장, 2015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북한 목함 지뢰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김정원 중사, 2017년 K-9 자주포 폭발로 전신 화상을 입었던 이찬호 예비역 병장, 2019년 전방 부대에서 작전 도중 지뢰를 밟고 왼쪽 발이 절단된 이주은 예비역 대위도 이날 특별한 만남에 함께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이날 시글 장군에게 2010년 북한에 의한 폭침 당시 처절했던 상황을 설명하자 좌중은 숙연해졌다. 그는 지난 13년간 ‘천안함은 좌초됐다’ 같은 음모론과 막말에 시달려왔다. 최 전 함장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큰 행사에 초청받아 천안함 장병들의 명예가 복원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천안함 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을 맡은 전준영 예비역 병장은 “비슷한 시기에 제대를 앞두고 있던 동료 병사 네 명이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했다. 지금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아왔지만, 국가에서 이를 인정해 주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자 시글 장군은 “미국도 PTSD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 노력 중”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DMZ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를 구하려 몸을 던졌던 김정원 중사는 “상처를 입은 동료를 구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도 전우애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 예비역 중사를 구하려다가 또 다른 지뢰가 폭발하며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시글 준장은 1973년 경기도 구리에서 태어났다. 독일계 미국인인 이모부와 한국인인 이모가 미국으로 데려가 입양해 키웠다. 그는 “전장(戰場)의 영웅들을 직접 만나게 돼 감명 깊다”며 “내가 한국계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미국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한국계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3번 근무하며 육군 제2보병사단, 296여단 지원대대, 제403야전지원여단 등을 거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또 근무하고 싶다”고 했다.
이건수 한미동맹재단 명예 이사장은 본지에 “최전선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한미 양국 군인들의 만남을 통해 동맹의 의미와 굳건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했다.
‘8인의 용사’는 방미 기간 윤 대통령의 워싱턴DC 일정에도 동행한다. 25일 윤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주요 인사 300여 명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같은 날 저녁엔 한미동맹재단이 워싱턴DC에서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들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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