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1020 청소년들의 마약

2023. 4. 2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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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쉽게 거래·유통… 청소년 사범 급증
관련기관 공조 예방·단속 시스템 구축해야

마약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우리나라는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마약은 규제와 단속을 비웃으며 우리 생활 속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유통됐던 전통적 방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비밀 채팅방, 다크웹, 해외 인터넷 사이트 등 비대면 채널 확산 등의 영향으로 더 빠르고 은밀하게 퍼지고 있다.

마약 거래와 유통의 장벽이 대폭 낮아져 성인은 물론 온라인에 익숙한 청소년에게까지 마약 조직의 마수가 뻗치고 있다. 처방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펜타닐’,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등 뇌전증 같은 후유증이나 죽음까지도 유발할 수 있는 각종 마약이 청소년 일상에 스며들었다. 2011년 41명이던 10대 마약류 사범은 2021년 45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10대, 20대 비율은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5년 만에 2.4배가 됐다. 마약류 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인 만큼 실제 마약과 약물을 접한 청소년은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윤흥희 한성대 행정대학원 교수·마약알콜학과
특히 많은 청소년이 호기심과 일탈에서 시작해 상습 사용자로 전환되어가는 실정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판매하는 일까지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6월 인천경찰청은 고3 마약상 3명을 검거했다. 필로폰·케타민·LSD·엑스터시 등을 10배씩 웃돈을 받고 팔아온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8개월간 8100만원가량의 현금과 비트코인을 벌어들였다.

청소년은 부모와 가족의 사슬에서 벗어나려 하고 각종 자극과 욕구, 오이디푸스적 소망이 타오르는 시기다. 친구와 또래 집단을 형성하며 소신과 규범, 가치관을 재평가하는 때이기도 하다. 청소년의 마약 사용은 환각 등 정신 질환으로 진행되며, 사회적으로도 흉포화, 국가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청소년 마약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효율적 예산 지원과 정책으로 예방 대책을 실현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 관세청, 국가정보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기관이 공조해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마약 단속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그에 따라 예산 지원과 과학 장비 확충, 전문가 교육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집단의 범죄 행위로만 여겨졌던 마약 문제 대처 방식을 이제는 가정에서부터 적극 해결해야 한다. 부모들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며 약물을 사용하는 모습에 노출될 때 자녀도 문제 해결 방법으로 마약에 손댈 확률이 매우 높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있는 자녀에게 보다 많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 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의 교육은 형식적인 온라인 영상 교육 형태로 이뤄져 전혀 실효성이 없다.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에 대한 표준화한 강의 자료나 학교전담경찰관 대상 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초·중·고, 대학까지 분기별 전문가를 통해 마약중독 실태와 유행성에 대한 실질적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는 학부모 총회 등의 시간을 이용하여 학부모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마약류 투약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치료·재활의 기회도 우선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도 엄벌주의보다는 마약 조직 단속과 같은 공급 통제와 더불어 치료, 재활 등 사회 복귀 지원 정책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에 마약 치료보호 및 치료감호 시설로 전국 21개 전문 병원이 있지만 청소년 마약중독자에 대한 재활 치료 센터는 전혀 없다. 정부에서는 청소년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위해 전용 치료 센터 설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소년원 등에서도 미래를 위한 재활과 치료 제도가 실시되어야 한다.

윤흥희 한성대 행정대학원 교수·마약알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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