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집밥의 힘

2023. 4. 2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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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을 많이 먹고 자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집밥'에 그 모든 게 다 들어 있었다.

더불어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집밥은 건강까지 지켜준다.

집밥은 그렇게 많은 걸 소리 없이 응원하는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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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을 많이 먹고 자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가 ‘어떤 사위를 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건강하고, 성품 좋고, 배려심 많은 사람’과 같은 말을 예상했다.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집밥’에 그 모든 게 다 들어 있었다. 가정 예절은 대부분 식탁 예절이다. 가족이 빙 둘러앉아 식사하면서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밥을 흘리지 말고 남기지 마라’, ‘쌀 한 톨이 식탁 위에 오를 때까지 수고하는 손길이 많다.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등등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가 오간다.

‘가장 좋은 반찬은 대화’라는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도를 높이고 즐겁게 웃는 때도 식사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많이 갖고 성장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할 줄 알며 다른 사람을 돌아볼 줄 안다. 더불어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집밥은 건강까지 지켜준다.

집밥은 참 중요하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더욱 그렇다. 가족 모두 바쁘고 집에 들어와서도 각자의 방에서 문 닫고 컴퓨터와 시간을 갖는다. 집 안에 외로운 섬이 하나씩 있고 그곳에 홀로 갇혀 있는 셈이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사랑도 자란다. 물론 너무 바빠 인스턴트식품을 먹을 수도 있고 식사 시간이 달라서 각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생활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습관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지금은 유명 탤런트가 되었지만 그 출연자는 긴 무명 시절 숱하게 방황했다. 특히 잘나가는 동기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워서 술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고 점점 무기력해졌다. 어느 날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다.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슬고슬한 쌀밥과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담긴 밑반찬, 봄 냄새 나는 냉이 된장찌개가 밥상 위에 올랐다. 어머니는 먼저 수저를 드시더니 “먹자” 딱 한마디 하셨다. 어머니와 아들은 아무 말 없이 저녁 식사를 했다. 그때 그는 온 식구가 둘러 앉아서 웃고 떠들며 밥을 먹던 저녁 식탁이 떠올랐다. 동생들은 젓가락으로 칼싸움하며 장난치다가 혼나고, 아버지는 당신 앞에 놓인 고기반찬을 자식들 앞에 밀어 놓고, 어머니는 굴비를 발라 아버지와 자식들 밥 뚜껑에 올려 놓느라 늘 식은 밥을 드셨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동생들은 누구 배가 더 나왔나 배를 내보이며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 일상의 시간이 객지에서 생활하면서 큰 힘이 되었다. 어머니는 밥 한 끼 차려주시고 고향집으로 내려 가셨다. 별말씀이 없으셨다.

그는 술을 끊고 다시 시작했다. 단역이라도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동기들이 맡은 주연 조연 자리를 흘금거리지 않았다. 그는 점차 비중 있는 역을 맡기 시작했고 좋은 연기자가 되었다. 집밥은 그렇게 많은 걸 소리 없이 응원하는 힘을 가졌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빙 둘러앉아 집밥을 먹는 시간을 가져보자.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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