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화의 산실 ‘남산 외교구락부’ 재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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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한국 현대 정치·외교·문화계의 사교클럽이었고 막후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남산 '외교구락부'가 숭의학원에 의해 재건돼 오는 28일 오전 11시에 일반에게 공개된다.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잡은 외교구락부는 일제 강점기에는 헌병대장 관사였으나 해방 후인 1949년 해공(海公) 신익희, 유석(維石) 조병옥, 창랑(滄浪) 장택상, 동산(東山) 윤치영 등 당대 한국 현대사의 큰 획을 이룬 인물들이 의기투합해 국내외 인사들의 교류를 위한 서양식 클럽으로 문을 열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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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한국 현대 정치·외교·문화계의 사교클럽이었고 막후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남산 ‘외교구락부’가 숭의학원에 의해 재건돼 오는 28일 오전 11시에 일반에게 공개된다.
외교구락부를 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의 주도로 한국전쟁 전후로 혼란기를 겪던 한국 정치의 흐름이 갈피를 잡기 시작했고 정치 민주화에 대한 새로운 갈등 요인이 생성, 해소되는 등 외교구락부는 한국정치사에 있어 민주화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계속해 왔다.
특히 1969년 김영삼 당시 야당 총무가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이곳에서 비롯됐고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3金(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회동한 곳도 외교구락부였다. 1984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힘을 합쳐 한국정치의 민주화를 이룩하자고 선언한 민추협 창립선언도 외교구락부에서 진행됐다. 1987년 군정종식을 위해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대통령 후보 단일화 회동을 한 곳이기도 하다.
윤보선,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은 직과 상관없이 외교구락부를 찾곤 했으며 허정, 김종필, 이철승, 박순천, 유치송 등 정계 유력자들 그리고 함석헌 사회운동가,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과 이희승 박사와 김옥길 총장, 김동길, 천경자, 백건우, 함흥철, 최무룡, 신성일 등 학계·문화계 인사들도 자주 찾았다.
특히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딛은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도 방한기간 중 외교구락부를 방문해 관련 인사들과 교류했다. 이병철 삼성회장, 정주영 현대그룹회장, 박흥식 화신그룹회장 등 재계 거물들도 외교구락부의 단골손님으로 이름이 올랐고 백선엽, 이응준 장군 정래혁, 김수한 국회의장, 이한기, 진의종 국무총리도 방명록에 올라 있다.
1999년 외교구락부의 역사성과 정치사회적 기능이 다함을 아쉬워한 당시 숭의학원 백성학 이사장(현 영안모자 명예회장)은 외교구락부 터와 건물을 인수했고 외교구락부 재건을 위한 자료수집과 기초작업 끝에 2013년 숭의여자대학교 별관에 외교구락부를 재건했다. 격동기의 외교구락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구락부의 소중한 역사와 기록보존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재건된 외교구락부의 내실을 위한 추가 자료수집과 보완의 시간을 거쳐 재현된 모습으로 이제 일반인에게 공개하게 된 것.
정계, 관계, 재계, 문화종교계, 외국 저명인사 등 이곳을 다녀간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 자료와 친필서명 등 소중한 기록이 전시된다.
또 외교구락부와 관련 있는 사람들의 추가자료를 기증받고 수집하기 위해 외교구락부 1개 층을 별도로 준비해 향후 추가 전시를 할 계획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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