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한·미 협력에 반도체 포함…윤 대통령 지도력 감사”

[2023 한-미 정상회담]커비 조정관 “한·일 관계 개선, 바이든 열망에도 부합”
도·감청 논란엔 “동맹·우방국에 관련 정보 계속 제공”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5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한국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26일(이하 현지시각)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의 경제안보 협력 방안과 관련해 “반도체와 관련된 투자를 조율하는 것과 어떤 경제적 압박에 대해 중요 기술을 지켜내는 노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중국의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마이크론) 보안 심사에 따른 미국 쪽 ‘맞대응 기조’에 한국이 동참하길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5일 워싱턴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한 백악관 입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행정부는 협력을 심화해 왔다”며 “국가안보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안보,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가진 첨단기술 보호에 있어서도 저희의 협력을 굉장히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이런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양국 간 공고한 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한국 쪽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 최대 메모리칩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보안 심사에 들어가면서 미-중간 ‘반도체 전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반도체법 시행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투자한 많은 대한민국 기업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칩스법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문제를 놓고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인지,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 지원할 것인지는 각각 주권을 가진 모든 국가가 개별적으로 정할 사안이라는 점을 저희는 인정한다”면서도 “저희가 분명 기대하는 것은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미) 양국 정상들 간에 분명히 토론이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도·감청 의혹에 대해선 “비공개 정보가 비승인된 방법으로 공개된 내용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고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형사 수사 외에 국방부에서 (이번 사태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주도면밀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등을 포함해 (도·감청 의혹) 관련 국가들을 접촉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안에 대해 말했다”며 “적절한 범위 내에서 동맹 우방국에 계속해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의사소통한 바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주제인 한·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두고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대한 굳건한 약속을 저희가 실현하고 완수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오늘과 내일 사이 양국 정상 간 다양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고 이번 국빈 방문을 마무리하며 이것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질의응답을 마친 뒤 최근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정책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일본과의 양자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보여주신 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해서 감사를 드린다.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역내에도 굉장히 큰 개선과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을 저희들이 보고 있다”고 추어올렸다. 그는 이어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일 3자 관계를 강화하길 원하는 열망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도 선한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