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내가 먹히다니!”…‘라이온킹 황새’의 끔찍한 최후
짐승 사체 등 함께 먹었지만
자칼이 대머리황새 습격해서 잡아먹는 장면 포착
인간 기준의 습성에 따른 분류는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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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빈저(scavenger). 죽어서 썩어문드러진 사체를 파먹고 살아가는 짐승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지구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과 별개로, 경멸과 비하의 의미가 있습니다. 힘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썩은내 풀풀나는 뼈와 거죽이나 탐닉한다는 선입견이죠. 그래도 나름 피와 살에 의존하는 육식동물이랍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대표적인 스케빈저는 개과 짐승인 재칼, 맹금류인 대머리수리, 그리고 대머리황새와 설치류인 산미치광이 등이죠.
사자·표범·치타·하이에나 등의 ‘1차 소비자 맹수’들이 직접 사냥해서 먹고 남은 사체들들을 뒤지며 뼈와 뼈 사이에 붙어있는 살점과 내장 쪼가리를 부지런히 뜯어먹습니다. 초식동물들의 사체속을 이들 스케빈저들이 수십·수백마리 단위로 파고드는 집단 식사 장면은 징그러워보일지 몰라도 생명의 바퀴를 굴러가게 해주는 단단한 동력입니다. 그래서 이들 스케빈저들 사이에는 종(種)을 초월한 연대의식같은 게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착각이자 피셜일 뿐입니다. 스케빈저가 스케빈저를 사냥하는 보기 드문 동영상(Latest Sightings)을 한편 소개합니다.
재칼이 대머리황새의 목덜미를 물었습니다. 재칼의 행동에서는 살의(殺意)와 식욕(食慾)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어서 거꾸러뜨려 숨통을 끊어놓은 뒤 황새 녀석의 가녀린 몸뚱아리를 파헤쳐 살점을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보입니다. 이미 몸의 중요 부위를 공격당한 가련한 대머리황새가 난국을 돌파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이 동영상이 촬영된 뒤 깃털은 뽑혀나가고, 뼈와 살점이 드러나고 피는 강물처럼 솟구쳤을 것입니다.
얼마 안되는 살점을 재칼은 허겁지겁 탐식했을 것입니다. 뼈와 거죽만 남고 깃털이 눈발처럼 흩어진 살육의 현장은 이제 다른 스케빈저들에게 또 다른 성찬거리를 제공했겠죠. 이 사냥장면에 눈여겨봐야 할 까닭은 재칼과 대머리황새는 평소에도 함께 사체를 뜯어먹는 식사 메이트이기 때문입니다. 썩은 내 풀풀 나는 누·얼룩말·물소·임팔라 등의 사체에 대머리수리·대머리황새·재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성찬을 벌이는 장면은 자연다큐멘터리로 익숙하죠.
‘마라보우’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대머리황새는 18종에 이르는 황새류 중에 유일하게 스케빈저로 ‘진화’한 녀석입니다. 대머리수리와 마찬가지로 사체 속을 파고들어가도 깃털이 오염되지 않도록 민숭민숭한 민머리를 가지고 있고요. 하늘을 빙빙 선회비행하다가 죽음의 냄새를 맡으면, 순식간에 떼지어 내려앉는 건 대머리수리와 판박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다랗고 날렵한 다리와 칼처럼 뾰족하고 긴 부리를 갖고 있다보니 피지컬 면에서 대머리수리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몸싸움에서 이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해요.
대머리황새 특히 스케빈저들간 먹이 다툼이 벌어질 때는 부리로 거친 소리를 내서 겁을 주기도 하고, 사체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먹잇감이 부족할 땐 홍학이나 사다새 등 다른 새들의 새끼와 알을 잡아먹을 정도로 성질머리도 드세죠. 이렇듯 짐승으로서의 매력도 결코 적지 않은 대머리황새는 사바나를 상징하는 동물로 선별돼서 월트 디즈니 라이온킹의 유명한 오프닝(서클 오브 라이프)에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대머리황새가 재칼에게 머리를 물린 뒤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뚱이를 저녁거리로 내주고 말았습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살육 현장에는 한무리의 따오기들이 무심하게 서 있는 장면이 보입니다. 재칼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살점이 조금이라도 더 많을 덩치 큰 대머리황새가 공략 1순위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스케빈저가 초식동물들처럼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장면은 아주 드물지만 종종 일어납니다. 관련한 유튜브 동영상(Tekweni) 한편 보실까요?
대머리황새와 대머리수리들이 한데 어울리며 사체를 뜯어먹는 대연회장. 그러나 이 연회장의 위치는 악어가 득시글 거리는 물가에 있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조심성없이 물가를 까불거리던 대머리수리를 악어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악어에게 물려간 불쌍한 대머리수리는 악어의 위장속으로 직행하기 전 흐느적하는 최후의 날갯짓으로 자신이 숨쉬던 사바나와 이별을 고합니다. 악어는 덩치 큰 초식동물들만 골라서 습격한다는 통념, 스케빈저 대머리수리가 다른 짐승의 먹잇감이 될리는 없을 것이라는 통념, 그렇게 두가지 통념이 와르르르 깨집니다.
아무리 최첨단 탐사장비와 촬영장비로 동원한다 한들 야생은 인간에게 속살의 아주 약간만을 보도록 허락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포식자와 피식자, 스케빈저로 등급을 정하는 인간만의 분류법은 그 자체가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지구촌의 사바나와 정글 곳곳에서는 인간이 정한 통념이 박살당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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