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마이크론 보도'가 못 미더운 까닭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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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는 뉴스 중 하나는,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Micron)이 중국의 제재로 중국시장에서 퇴출당할 경우 그 빈자리를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 제품으로 메우지 말아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기사가 수출통제 메커니즘, 반도체 산업, 중국의 전략을 모르는 일부 인사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와전된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해왔던 조치를 중국이 동일하게 하는데 미국이 그것을 불법적인 조치라고 되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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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는 뉴스 중 하나는,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Micron)이 중국의 제재로 중국시장에서 퇴출당할 경우 그 빈자리를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 제품으로 메우지 말아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기사가 수출통제 메커니즘, 반도체 산업, 중국의 전략을 모르는 일부 인사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와전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는 미국이 그간 펴왔던 수출통제 기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 있어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우방국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안보라는 목적의 적합성과 법적 투명성에 있었다. 반면, 중국은 비공식 또는 비법률적 수단을 사용하여 강압적인 경제 조치를 시행해왔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건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불명확한 이유와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꼴이 된다.
둘째, 지금까지 미국이 취해왔던 조치들과 동일한 접근을 중국이 취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근거가 있는가이다. 중국은 미국처럼 국가안보를 사유로 마이크론 제품이 중국의 네트워크 보안법을 준수하는지 검토를 시작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안보상 이유로 작년 애플(Apple)이 YMTC의 낸드 메모리 채택을 취소하도록 조치한 것과 동일한 접근이다. 미국이 해왔던 조치를 중국이 동일하게 하는데 미국이 그것을 불법적인 조치라고 되물을 수 있을까.
셋째, 미국이 목표를 달성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하고 있지 않다. 마이크론은 낸드 메모리를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그리고 D램은 미국, 대만,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은 낸드 메모리, SK하이닉스는 D램 제조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하고 있다. 결국 마이크론 부족분을 메우지 말라고 해도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우리 제품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문제가 남는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현재 업계 불황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하면 공급자가 갑이 아닌 을인 시장인 셈이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소비자의 선택을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자연스러운 수요 증가인지 마이크론 부족분인지 누가 어떻게 판별해줄 것인가. 또한 우리 정부가 민간기업을 통제할 수단은 과연 있을까.
마지막으로, 만약 우리 기업들이 미국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면 이는 미국이 중국산 메모리 성장을 가속화시켜준 꼴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중국 내 증권가에는 미국 조치가 중국 메모리 공급업체인 CXMT와 YMTC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의 전략은 자립자강(自立自强)이다. 마이크론 판매가 중국 내에서 금지될 경우 중국 정부는 레노버, 샤오미, 오포, 비보와 같은 중국 IT 기업이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아닌 중국 제품으로 마이크론 메모리를 대체하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의 조치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경쟁 없는 절호의 성장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마이크론이라는 일개 기업의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미국 정부가 다른 글로벌 경쟁기업들을 압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것이 필자가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가 오보가 아닐까 생각하는 이유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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