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 '72시간 휴전' 합의후 각국 철수작전 본격 재개(종합)
WHO "국가연구소 군인들에 점령당해…생물학적 재앙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무력 분쟁 중인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미국의 중재로 72시간의 추가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각국의 자국민 철수 작전이 본격 재개됐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은 이날 수단에 발이 묶였던 자국민 철수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영국은 수도 하르툼 외곽의 공군기지를 통해 현지에 체류 중인 4천여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킨다는 계획이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영국 국민들을 직접 접촉하고 수단에서 나오는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이드 알피트르 휴전' 마지막 날인 지난 23일 현지 주재 외교관들을 철수시킨 바 있다.
또 가장 먼저 자국민 대피를 시작한 독일과 프랑스 등도 이날 각각 500명 이상의 외국인을 국외로 빼냈다.
스위스 정부도 새로운 휴전 상황을 이용해 100명에 달하는 수단 잔류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밝혔다.
모로코도 수단 내 자국민 200여명을 수도 하르툼에서 육로로 포트 수단까지 이동시킨 뒤 군용기를 이용해 귀국시킨다는 계획이다.
필리핀은 50여명의 현지 체류자를 수단-이집트 국경을 통해 빼내기로 하고, 버스 편을 이용한 수송 작전에 들어갔다.
그 밖에 레바논, 그리스, 케냐 등도 자국민 철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드 휴전'(4월 21∼23일)을 전후로 시작된 각국의 철수 작전을 통해 지금까지 수단을 빠져나간 외국인들은 4천여명에 달한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동 및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이 긴급 작전을 통해 외교관과 현지 체류자들을 대피시켰다.
유엔도 현지에서 활동해온 관계 기관과 구호단체 관계자 등 700여명을 육로를 통해 포트 수단으로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하지만 각국이 외교관 철수에 집중하는 사이 미국 국적자 약 1만6천명을 포함해 여전히 수만 명의 외국인이 현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 국가들이 외교관 철수와 함께 대사관과 영사관 등 현지 공관을 폐쇄해 이들은 영사 조력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수단 정부군과 RSF는 미국의 중재로 25일부터 사흘간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휴전 발표후 수단 하르툼 등에서 양측의 교전 강도가 확연히 약해졌지만, 간간이 총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11일째 이어지는 분쟁 속에 하르툼을 비롯한 수단 주요 도시에서는 식량과 물, 의약품,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수단 민간인 정치연대 '자유와 변화 세력'(FFC)의 야시르 아르만은 "거리엔 시체들이 나뒹굴고 아픈 사람들은 약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물도 전기도 없다. 휴전 기간에 사체 매장이 허락되어야 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하르툼 주민은 외국인들이 떠나고 보는 눈이 줄어든 상황에서 군벌들이 민간인들을 더 함부로 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르툼에 있는 국가 생물학연구소가 무장세력에게 점령당해 생물학적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소에는 각종 바이러스 등 표본이 보관되어 있다.
니마 사이드 아비드 WHO 수단 대표는 "군인들이 기술자들을 연구소에서 쫓아냈다. 연구소는 분쟁 중인 군벌 중 한쪽의 통제 아래 군 기지로 쓰이고 있다"며 "엄청난 생물학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수단 국경 지역에서는 전쟁의 포화를 피해 차드, 남수단, 이집트 등으로 대피하는 수단 주민들의 행렬도 늘고 있다.
지난 15일 분쟁이 시작된 이후 차드로 2만명가량의 난민이 유입됐고, 수단에 머물던 80만명의 남수단 난민 가운데 약 4천여명이 국경을 넘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유엔 난민기구는 차드와 남수단으로 최대 27만명의 난민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단에서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RSF가 지난 15일부터 무력 충돌해 지금까지 약 459명이 숨지고 4천72명이 다쳤다.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쿠데타로 30년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고 2021년에는 과도 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이들은 민정이양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반목하기 시작했고, RSF의 정부군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 끝에 최근 무력 충돌에 돌입했다.
한편, 이집트는 자국민 철수작전 와중에 수단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는 행정담당 주재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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