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의장국 남아공 대통령 "여당, ICC 탈퇴 결의"

'체포 영장' 푸틴 참석 예상 8월 정상회의 앞두고 탈퇴 카드 '만지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올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의장국으로서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이 예상되는 8월 정상회의를 앞두고 ICC 탈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양상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프리토리아에서 국빈 방문 중인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ANC가 주말 회의를 거쳐 ICC 탈퇴를 결의했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ICC의 부당한 대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NC 대표이기도 한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이 푸틴 대통령 입국 시 체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ICC는 지난 2월 17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에 관여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따라서 ICC 설립 협정인 로마규정 당사국으로서 남아공은 ICC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

남아공은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유지되던 옛 소련 시절부터 ANC를 지원했던 러시아와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 채택에 기권한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남아공으로서는 난처해질 수 있어 집권 여당 차원에서 ICC 탈퇴 카드를 들고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ICC 창설에 많은 영향을 미친 남아공이 ICC 탈퇴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아공은 2016년에도 다르푸르 학살 사태 혐의로 ICC로부터 체포 영장이 발부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ICC로부터 비판받자 탈퇴를 추진했었다.

당시에는 남아공 고등법원이 이듬해 정부의 ICC 탈퇴 추진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 "위헌이자 무효"라고 판결하며 무산됐다.

이번에는 다수당인 ANC가 먼저 탈퇴를 결의한 것이어서 표결에 올려질 경우 의회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로마규정에 따르면 가입국의 탈퇴는 유엔 사무총장이 탈퇴 공식 보고를 받은 뒤 1년 후에 발효된다.

따라서 남아공 정부가 당장 탈퇴 결정을 ICC에 통보하더라도 오는 8월 22∼24일 브릭스 정상회의 때에는 가입국으로서 의무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올렉산드라 로만초바 사무국장은 최근 이와 관련해, 남아공 정부에 푸틴을 초청하지 말라고 촉구하며 푸틴 대통령의 온라인 화상회의 참석을 제안하기도 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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