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규제 완화, 공공미디어 규제 강화… 尹정부 미디어기구 두 얼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둔 지난 17일, 두 개의 미디어정책 논의기구가 출범했다. 국무총리 직속 기구인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이하 융발위)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출범시킨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가 그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정책 부재(不在)를 답답히 여겼던 쪽에서는 정부 출범 만 1년도 안 돼 미디어 논의기구 두 개가 동시에 출범한 것을 반길 만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그동안 언론·미디어에 대해 보여온 태도와 대응 등을 전체 맥락 속에 놓고 볼 때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 특정 영역을 배제·통제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성이 이 정부의 일관된 기조이기 때문이다.
정권 1주년 앞두고 총리 직속 ‘융발위’·국민통합위 ‘미디어특위’ 출범
융발위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하는 범부처 차원의 논의기구다. 여기에 학계와 산업계 등을 대표하는 민간위원 15명을 더해 20명 규모로 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첫날 회의를 시작으로 ‘미디어·콘텐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방안과 규제체계 개선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연내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 발전전략(가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산업 진흥을 위해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일관된 구상이었다. 문제는 이 논의에서 공공미디어 영역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디어의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담당할 미디어혁신위원회 출범”으로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포함시킨 거버넌스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비슷한 위상으로 출범한 융발위에서 시민사회 참여는 배제됐고, 민간위원들은 학계(10명)와 OTT·제작사 등 업계(5명) 몫으로만 채워졌다. 논의의 초점도 ‘사회적 가치’ 대신 산업 진흥과 규제 완화에만 맞춰졌다. 미디어의 중요한 한 축인 공적 영역을 논의할 전담 기구는 없고, 이에 관한 주무 부처 격인 방통위는 위원장 거취도 불분명한 3인 체제로 사실상 식물 상태다.
게다가 윤 정부 출범 이후 YTN 민영화 추진,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 근거 폐지, KBS 수신료 분리징수 검토 등 공적 영역을 꾸준히 축소하거나 통제하는 시도들이 이어져 왔다. 이는 윤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6번째로 제시된 “공적 운영 방송에 대한 공익성 및 경쟁력을 강화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약속과도 배치된다.
공공미디어 논의 빠져… 업계·학계 “미디어 거버넌스 통합 등 배제돼”
‘뉴스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목표로 출범한 미디어특위 역시 비슷한 맥락에 있다. 특위는 “허위 정보나 미확인 정보 등”이 광범위하게 확산해 “국민통합의 저변을 약화시키고 있다”라고 진단하며, 뉴스 유통에 지배적인 위치를 점한 뉴스 포털들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짜뉴스 퇴치를 빌미로 포털 혹은 포털에 유통되는 뉴스에 대한 통제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위 출범을 전후로 정부·여당이 포털 등에 가하는 압박을 볼 때 단순 기우라고 볼 수 없다. 특위 출범 다음 날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등은 ‘독과점적 포털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 침해’ 토론회를 열었고, 앞서 지난 3일엔 국민의힘 의원들 주도로 포털 등에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진흥위) 설치를 강제하는 신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진흥위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포털 뉴스가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일 수 있다는 비판을 샀다.
미디어 업계와 학계 등은 그동안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할 통합 법제 마련과 과기부·문체부·방통위 등으로 분산된 미디어 거버넌스의 통합 혹은 재조정을 우선 과제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같은 날 출범한 두 미디어 논의기구의 활동 과제에서 이런 내용은 정작 빠져 있고, 시민사회 등의 참여도 배제돼 “‘반쪽짜리’ 위원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미디어혁신위원회 같은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하기엔 두 위원회의 구성이나 활동 목적이 한쪽으로 치우친 탓이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성명에서 “두 기구의 출범이 정부 여당의 정략적 목적에 종속”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규제는 완화하면서 포털과 공적 미디어에 대한 규제(통제)는 강화하는 현행 전략 하에선 미디어 공공성이 더 큰 위기에 처할 거란 진단도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0일 논평에서 “미디어 사업자의 책임성을 떨어트리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과잉 규제도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언론연대는 이어 “미디어정책이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논의되고 관료와 전문가,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결정되면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서 “민주적인 거버넌스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는 미디어 개혁에 이를 수 없다. 지금 이대로는 국민통합도, 산업발전도 모두 요원한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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