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 비판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
임영서 MBC 뉴스룸국장(보도국장)을 두고 한 기자는 "마음 속에 조용히 불꽃을 품고 있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995년 MBC에 입사해 올해 29년차인 임 국장은 그동안 MBC 내부의 변화를 여러 차례 꾀했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 2017년,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들과 함께 조직 변화, 저널리스트로서의 미래를 고민해 그해 말, 기자들에게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룸의 수장이 된지 한 달, 그는 어떤 MBC 뉴스를 그리고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 7층 뉴스룸국장실에서 임영서 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임 소감부터 팀장 인사 및 혁신위원회 구성, 뉴스 시간과 시청률, ‘김성태 오보’의 후속 처리와 뉴스룸국장으로서의 목표 등을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취임 소감부터 간단하게 말해 달라.
“사실은 2년 동안 기획국장으로 일을 하며 보도국을 떠나 있었다. 개인적으로 큰 경험이었고 전체적인 안목을 키우는 시간이었지만 공백이 있었던 거고 다시 뉴스룸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된 참이다. 저의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자면 그동안 우리 조직이 신입사원을 많이 뽑아서 젊은 기자들이 많아졌고 훨씬 더 의욕적인 분위기가 됐다는 걸 느낀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의지, 활기를 느껴서 일단 굉장히 긍정적이다. 처음에 가졌던 부담감이나 어려움, 걱정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현재 우리 분위기라면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2년 전 뉴스룸을 떠나기 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건가.
“뉴스데스크 편집에디터를 하며 국장 바로 옆에서 조직을 봐오다 2년간 기획국으로 떠나 있었는데 그 사이 회사에 여유가 생기면서 지난해 신입사원을 많이 뽑았다. 아무래도 어느 조직이든 젊은 사람들이 새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 자체의 어떤 물리적인 젊음도 있지만 그 사람들이 바깥의 문제의식을 갖고 들어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수혈이 없다 보면 어느 조직이든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고 완고해지는데, 전혀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젊은 기자들이 들어와 여러 측면에서 자극이 된다는 걸 느낀다.”
-취임 후 보도국 인사를 단행하며 팀장 기수가 상당히 내려왔다고 들었다.
“사실 저는 기수나 입사 연도 기준으로 우리 구성원들을 구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든 현실이니까 말하자면 물론 우리 팀장 중에 굉장히 기수를 많이 내린 사람이 나온 건 맞다. 새로 만든 팩트&이슈팀의 팀장이고, 그 팀장도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젊은 건 아니지만 우리 조직 내에선 가장 젊은 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팩트&이슈팀은 팀원들도 좀 더 젊은 구성원들로 채워 아이템이나 형식 등을 자유롭게,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써 만들었다. 그런데 전체적인 인사로 보면 젊어진 인사라기보다는 팀장들의 기수 분포가 좀 더 넓어진 인사로 저는 보고 있다. 사실 고참 부장도 있고 젊은 부장도 있는데, 입사 연도를 따져보면 7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우리 조직이 제한된 인원 내에서 바깥의 문제의식을 예민하게 흡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적 구성을 가급적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 다른 관점, 다른 접근 방식이 어우러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했다.”
-지난 2017년 혁신안을 발표했다. 5년이 지났는데 그 중 조직에 뿌리 내린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다.
“보도국에서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들이 2017년 초부터 조직의 변화, 또 저널리스트로서의 미래 등을 고민하는 스터디를 1년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말 사내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발표를 했다. 저희들이 당시 만들었던 혁신안의 가장 본질적인 내용은 세상이 바뀌었고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는데 우리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핵심은 결국 기자들의 노동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고, 노동의 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도대체 방송취재기자란 어떤 사람인지 먼저 규정해야 했다. 그때 저희들의 결론은 팩트의 수집자 그리고 맥락의 해설자 그리고 콘텐츠의 제작자 이렇게 크게 세 가지 정체성이었다. 이 정체성에 맞게 기자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기자들의 노동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내부 구조를 만들자는 사실 좀 큰 담론이었다. 그 철학적 토대는 지금 각자가 정도는 다르지만 갖고 있다. 더불어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욕구, 그에 대한 의지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있어선 사실 그동안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실행 파일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철학적 토대는 마련됐지만 아까 말씀드린 세 가지 정체성을 규정하고 거기에 따른 미래상을 만들었을 때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는 논의는 사실 더 진전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 부분은 앞으로의 과제라 생각하고, 향후 혁신위원회에서 이런 실행 파일들을 논의하자고 정책설명회서 제안했다.”
-당시 문제의식에 대해선 뉴스룸 내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상황인가.
“모두 다 똑같지는 않지만 우리 구성원들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10~20년 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됐고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했을 때 과연 우리 미래가 어떻게 될까 하는 그런 의구심, 불안감 그리고 그런 변화에 대한 갈증이 있다. 당시 혁신안은 그것을 좀 더 정교하게 정리한 문건이었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는, 좀 더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는 욕구는 이미 우리 모두가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에디터제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혹은 탐사보도팀을 만들 것이냐 말 것이냐, 또 뉴스 시간을 늘릴 것이냐 줄일 것이냐 같은 문제는 사실 굉장히 지엽적이라 본다. 큰 변화를 우리가 원하고 있고, 그게 공유됐다면 이제 실행 파일을 만들어보자는 것이고 저는 그런 논의를 보도국 혁신위에서 해야 한다고 본다.”
믿고 보는 ‘공영 뉴스’ 역할 중요… 시청률은, 그 결과로 따라올 것
-혁신위는 현재 구성된 상황인가.
“아직 구성을 못 했다. 제가 입사한 이후로 그런 식의 변화와 관련된 위원회에 꽤 많이 참여를 했다. 그런데 제가 쭉 느낀 게 있는데, 이런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프로야구 팀을 얘기할 때 올해의 성적을 추구하는 팀이 있고 리빌딩을 추구하는 팀이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 뉴스는, 여기 참여자들은 그 두 가지를 다 해야 되고, 그래서 매일 격전을 치르면서도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말이 근사하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사실은 분리해서 논의를 해왔다. 매일 뉴스를 진행하고 만드는 사람과 이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사람이 분리돼서 논의를 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접목이 잘 되지 않았고, 그래서 약간 공허한, 논의를 위한 논의로 그쳤다. 제가 정책설명회에서 두 가지 원칙을 약속드렸는데 그 첫 번째는 뉴스를 만드는 사람과 변화를 논의하는 사람이 같아야 한다는 거다. 두 번째는 그 논의를 상시적으로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곧 기자회와 혁신위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뉴스에 참여하는 우리 구성원들과 상시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는 탄탄한 기구를 만들어서 때로는 근본적인 담론이, 때로는 부분적이지만 굉장히 핵심적인 내용이 제안되길 기대한다.”
-뉴스룸국장도 혁신위에 참여하나.
“물론이다. 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 보직자들과 기자회에서 추천받고 또 현업에서 일하며 다양한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젊은 기자들이 모여 변화를 위한 실행 조치들을 자유롭게 논의하려 한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혁신위와 분리되는 순간 그 논의는 무용지물이 된다. 더구나 국장이 하지 않으면 아무런 힘을 받을 수 없다. 지금 모든 언론사들이 혁신과 변화, 디지털을 얘기하고 여러 담론을 얘기하지만 과연 그 실체가 있는지 저는 궁금하다. 그걸 한 번 따져보고 싶을 때가 많다. 일종의 구호가 되지 않았나 하는데 저는 실질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논의의 실질적인 결과를 찾아야 된다. 그러려면 거기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현재 이 어려움 속에서 뉴스를 취재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야 된다. 그렇지 않고 어떤 팀을 만들어서 뉴스 혁신안을 만든다면 어떤 면에선 회피로 볼 수 있다. 물론 혁신 방안이 아무런 결론이 안 날 수 있다.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 과연 생존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뉴스를 제작하는 구성원들이 모여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안을 내놓고 그 답을 찾아도 경우에 따라서는 슬프지만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 과정이 어떻게 보면 혁신의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만약 답이 없다고 생각되면 지상파의 쇠락, 레거시 미디어의 쇠락을 아주 책임감 있게 끝까지 버티고 가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마치 어떤 큰 심플한 해법이 있으니 그걸 하는 척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저널리즘, 언론인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고민이 좀 많다. 저는 MBC에 기자로 입사해 한평생 이 조직에 살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공영방송 MBC의 언론인으로서의 역할과 그런 자격이 주어졌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지만 굉장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삶이기도 했다. MBC 저널리스트, 특히 공영방송에서 공적인 기능을 하는 언론인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그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을 꿈꿔야 되는 것인가. 우리를 좋게 보는 분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지만 MBC가 우리 사회에서 해온 어떤 역할이 있다고 한다면 그 역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스스로 풀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지엽적인 어떤 이슈들을 가지고 해결될 수 있나. 그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럼 우리의 노동, 우리의 미래, 또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직면하는 질문들을 해야 되지 않을까. 사실 그 일은 저희들로서도 어떻게 보면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해오던 방식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그런 변화를 정말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지, 변화를 이루려면 어떤 실행 파일들이 있어야 될 것인지를 얘기하는 것이 책무다.”
-MBC에 입사한 후부터 항상 그런 생각을 품어왔던 건가.
“젊어서부터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또 약간 세련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제가 87학번이니까 그땐 아직 전두환 시절이었고 당시 우리 사회가 억압적이고 폭력적이고 약자한테 굉장히 난폭했기 때문에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MBC는 그 젊은 시절에 가졌던 저의 문제의식을 교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생각이 좀 미숙할 수 있지만 좀 더 현명하게 잘 풀어갈 수 있도록 여지를 준 조직이었다. 그래서 저는 그 문제의식을 작게는 이 조직의 후배들에게, 좀 크게는 우리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뭐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랬을 경우 제가 노후가 됐을 때 이 사회를 책임지는 사람들 중 좀 더 정의롭고 세련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 MBC는 다른 어떤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세련되고 폭력적이지 않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향하는 조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그런 가치를 지향하는 이 조직이 우리 사회로부터 더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공약 중 프로젝트팀 활성화가 눈에 띄는데 어떤 내용인가.
“각자 다른 팀에 속해 있지만 자신들이 갖게 된 어떤 문제의식이 합일이 돼 취재를 해보겠다면 그 사람들끼리 프로젝트팀을 만들 수가 있다. 현재 그런 시도를 활발히 해보자고 제안을 해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사실은 국장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인력을 보내는 걸 양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거다. 그래서 혁신위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고, 그런 실행 모델을 계속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매일 발생기사가 나오고 타사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능한 방식일까.
“뉴스는 프로그램이고 매일 벌어지는 일과 발생하는 일들을 충실하게 보도하는 역할도 언론의 당연한 기능이다. 그 때문에 기자들이 아까 말한 세 가지 정체성에 맞는 노동을 하는 것만으로 우리 조직이 좋아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입장만 얘기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타협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뉴스 경쟁을 하고 있기에 타사보다 더 좋은 뉴스, 또 시청자들에게 더 공감을 주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이슈든 어느 주제든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상식적인 일반 시민의 관점을 기준으로 이슈를 바라보고, 또 이슈의 중요도를 판단하자는 원칙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 원칙을 우리 구성원들도 계속 내재화하고 있는 중이다. 시민의 기준으로 뉴스를 만들면서 최근 내부에선 일정 정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전세 사기와 관련한 세 번째 희생자가 나왔을 때 중요하게 보도했고, 강릉 산불도 마찬가지였고 강남에서 마약 음료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이건 기자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는 좀 다르고 매일의 격전의 원칙을 말씀드리는 거다.”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이 길어 기자들 업무 강도가 높다는 불만이 있던데 개편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상황에서 뉴스 시간을 확대하거나 변화를 줄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주제가 물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뉴스 시간을 줄일 것이냐 늘릴 것이냐 이 문제도 물론 중요하고, 기자들의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는 뉴스 시간은 기자들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기자들의 노동이 어떻게 변화하고 그리고 그 성과물을 어떤 식으로 만들 것인지 그 고민의 결과로서 결정되는, 어떻게 보면 종속 변수라고 생각한다. 뉴스 시간이 먼저 정해지고 거기에 맞춰서 아이템을 더 해야 된다, 적게 해도 된다는 것은 사실 우리 기자들의 노동이 굉장히 왜소해지는 어떤 논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뉴스 시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고 그 논의도 저는 시간 자체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노동이 변해야 되는 것인가를 얘기하면서 답이 나올 종속적인 이슈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시청률도 종속 변수가 아닐까하는데,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얘기인가.
“뉴스데스크는 어쨌든 저희 회사의 아주 핵심적인 프로그램이고 그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시청률이라는 지표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는 없다.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중요한 지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시청률 지표의 상승을 위해 우리들의 성과물이 온전히 종속되고 그에 복무해야 되는 그런 구조는 아닌 것이다. 일단 지금의 시청률은 상당히 견조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본다. 타사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지금의 시청률 수치는 저는 괜찮다고 판단한다. 다만 그에 앞서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우리의 존재 이유다. 시청률이 그것을 입증하는 지표로서 때로는 기능될 수 있지만 우리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고 있다는 확증은 아니다. 그래서 외면할 수 없는 지표이긴 하나 시청자들이 믿고 볼 수 있는 공영방송 뉴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더 상위에 있는 가장 중요한 목표라 생각한다. 시청률은 그 결과로 따라올 것이다.”
-MBC 뉴스 유튜브 실적이 굉장히 좋다. 디지털 관련 정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뉴스룸에 있는 기자들이 디지털뉴스룸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더 다양한 통로, 플랫폼을 통해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심플하고 초보적인 협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얼마 전에도 한 기자가 디지털뉴스룸에서 만든 콘텐츠를 지난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리포트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말을 좋아한다. 개념은 콘텐츠를 재가공해 많은 채널에 확산한다는 의미지만 저는 기자들이 갖고 있는 원소스가 무엇인지에 더 방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시작점, 취재한 그 무엇을 더 다양하게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할 생각이다.”
-여러 외부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보도의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사회 곳곳이 진영 논리로 분열돼 있고 그 입장에 따라 MBC와 MBC 뉴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저희들은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서적인 일체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그들로부터 영향 받지 않는 보도를 할 수 있는 매체라는 무게감을 항상 갖고 있다. 그 역할을 통해 온전하게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다만 MBC와 MBC 뉴스를 비판하는 그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겠다. 어떤 지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되돌아 볼 지점이 그들의 비판 속에 있는지, 새겨들어야 될 부분이 있다면 겸허하게 듣겠다. 사회가 진영 논리로 나뉘어 있다 보니 우리가 객관적으로 바른 이야기를 해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걸 소화하고 이해하는 경우들이 있다. 비판을 했을 때 그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말에 대해선 맞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우리 보도를 싫어하는 사람도 그 보도에 대해선 인정하는 그런 매체를 지향한다. 그런 방향성에서 새겨들어야 될 비판이나 조언,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겠다. 물론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무조건 귀를 막고 비난하고 욕하는 그런 분들의 이야기까지 저희들이 새겨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분들의 목소리에도 저희들이 분명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겸허함의 가치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공영방송 저널리스트로서 겸허해야 하고 많이 들어야 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다.”
최근 ‘김성태 오보’ 등 명백한 잘못… 신뢰 자산 손상, 생존 문제와 직결
-지난 MBC 사장 선거 때 시민평가단에서 공정성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공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교과서적인 공정의 개념은 다들 좋은 의미로 생각할 텐데, 이념화돼 있고 진영 논리가 장악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가치와 개념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는 굉장히 큰 숙제인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 정파적인 대립점에서의 공정은 그 단어의 의미가 굉장히 왜소화돼 있다. 현실 정파에서의 어떤 균형점, 이런 차원으로 생각을 해서는 대단히 곤란하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정책설명회서도 말씀 드렸는데 일반 시민과 이들을 억압하는 일체의 권력이 있다면 공정이라는 가치를 시민의 기준에서 사용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때때로 어떤 편, 그러니까 정 가운데 있는 것이 공정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마치 어느 쪽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때로는 공정할 수 있고 그건 당연히 시민의 입장에 섰을 때 해당하는 얘기다. 정중앙에 있는, 기계적 균형은 옳지 않다고 본다. 다만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 경우에도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조차 우리가 갖고 있는 공정의 가치와 보도의 방향에 대해 싫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저희는 지향하겠다. 그것이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 지점을 찾는 일은 굉장히 엄밀하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저희들이 해왔던 모습에서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비판이 합당한지를 한 번 더 겸허하게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그런 맥락에서 ‘김성태 오보’가 좀 뼈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명백한 실수고 잘못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바로 뉴스데스크 첫 머리에 사과 말씀을 드렸다. 어떤 오보가 났을 때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그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또 그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어떤 경위였는지 파악하고 그에 합당한 회사 내부의 어떤 절차는 이미 진행이 됐다. 재발 방지책도 물론 준비하고 있다. 팩트체크를 더 강화할 수 있는 기구 혹은 그 기능을 어디서 담당해야 할지를 좀 더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저희들이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면서 이번 일은 그 상황을 보완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적인 장치들도 물론 고민을 해야 되겠지만 사실 기자와 데스크 본연의 업무이고 거기서 걸러져야 될 사안이었다는 게 좀 더 뼈아프기는 했다. 스스로를 한 번 되돌아보는 그런 계기가 됐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도 내부적으로 저희들이 더 경각심을 갖고 많은 논의를 했고, 엄정하고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이 같은 사건은 실수와 잘못만으로 끝나지 않고 저희들의 가장 핵심적인 신뢰 자산을 손상시키는 일이 된다. 그건 저희에게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구성원들이 좀 더 특별하게 반성하고 되짚어보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국장으로서 앞으로 특별히 다루고 싶은 어젠다, 기획, 이슈가 있나.
“공영방송이 사수해야 될 가장 큰 어떤 전선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권력으로 인한 일반 시민의 삶의 침해다. 그것을 감시하는 역할이 저희들의 핵심적인 역할이고 그런 면에서 일체의 권력과 권위를 갖고 이뤄지는 반칙과 편법, 위력 등의 부정의에 대해 더욱 철저하고 강력하게 감시 기능을 했으면 한다. 그런 차원의 보도가 우리 뉴스에 더 많이 나갔으면 한다.”
-임기 내 이것만은 꼭 실현했으면 하는 것이 있는가.
“이 조직에 들어와 쭉 살아온 어떤 경험에서 생각해보면 MBC는 자율성이 굉장히 강조된 조직이고 어떻게 보면 공영방송 MBC의 저널리스트라고 하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사장부터 제일 말단 직원까지 갖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체 환경이나 여러 주변 상황이 점점 엄중해지고 어려워질수록 우리의 원점이라고 할까, 자율성 그리고 각 구성원들의 주인의식, 또 내가 느끼는 문제의식에 기반한 스스로의 움직임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제가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 단초라도 마련됐으면 좋겠다. 우리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각자의 문제의식이 더욱 풍성해졌으면 한다. 제가 늘 얘기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실은 편집회의실 안이 아니고 저 바깥에 있다. 그 바깥의, 세상의 어떤 아픔과 힘겨움, 문제들을 더 의지를 가지고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자율성과 활기가 넘치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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