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미어 입은 늑대’의 명품 제국 [만물상]
루이 비통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명품 그룹 LVMH의 주가가 주당 902유로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유럽에서 처음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668조원)를 돌파했다. 세계 시가총액 10위도 됐다. 주가가 급락한 테슬라 추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개인 자산으로는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올해 포브스 선정 세계 1위 부자에 등극했다.
▶아르노 회장의 명품 제국은 1984년 단돈 1프랑(약 200원)에 ‘디올’의 모기업을 인수한 데서 시작했다. 디올은 프랑스의 천재적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1947년 사업가 마르셀 부삭의 투자를 받아 만든 패션 브랜드다. 1957년 디오르 사망 후에도 브랜드는 유지됐지만 1978년 모기업 부삭 그룹이 파산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프랑스 명문 에콜 폴리테크닉을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아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하던 청년 사업가 아르노가 인수에 나섰다. “뉴욕 택시 운전사가 프랑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디올’은 알더라”며 브랜드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유럽 사치재의 잠재력을 간파한 사람은 아르노 회장이 처음은 아니다. 패션 브랜드 루이 비통과 샴페인 회사 모엣헤네시를 합병한 LVMH의 창업자는 앙리 라카미에 전 회장이다. 철강 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루이 비통의 증손녀 남편이라는 인연으로 1977년 65세에 루이 비통에 영입됐다. 라카미에 회장이 브랜드를 해외로 확장하고 증시 상장도 했다. 더 나아가 1987년 모엣헤네시와 합병해 LVMH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명품 산업에 뛰어든 서른아홉 젊은 사업가를 동업자로 끌어들인 게 화근이었다. ‘굴러온 돌’ 아르노가 지분을 확보하고 LVMH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박힌 돌’을 밀어냈다. 아르노의 별명이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가 됐다.
▶부의 양극화, 소비의 양극화 속에 세계 사치재 산업은 20년 만에 3배 넘게 성장했다. 특히 중국 부자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면서 400조원 넘는 규모로 커졌다. 무려 75개 브랜드를 거느린 LVMH가 절대 강자이지만 ‘구찌’를 소유한 프랑스 케링 그룹, ‘까르티에’를 소유한 스위스 리치몬드 그룹도 주도적 기업들이다.
▶코로나 보복 소비 덕에 지난해 LVMH 매출이 사상 최고였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해제되면서 올해도 호황을 누린다. 한국 소비자의 명품 소비도 한몫한 듯싶다. LVMH의 이익 급증으로 주가가 펄펄 날고 있다. 명품 백 살 돈으로 명품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인 듯싶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