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 서나 배구 생각…틸리카이넨 감독님은 진짜 덕후”
1987년생 ‘V리그 최연소 사령탑’
선수들과 형처럼 소탈하게 소통
인터뷰할 땐 웃음기 하나 없지만
코트 서면 포효하며 분위기 주도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사진)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규 시즌 동안 열리는 경기 전후 공식 인터뷰에서는 얼굴에 웃음기가 전혀 없이 대답한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감정을 표출한다. 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포효를 하기도 한다.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냉정과 열정을 함께 갖춘 틸리카이넨 감독은 V리그에서 성적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대한항공은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세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1~2022 시즌부터 대한항공의 조종간을 잡았다. 두 시즌 연속 팀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놨다.
선수들이 바라보는 사령탑의 모습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바로 ‘배구 덕후’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배구와 떨어지지 않는다.
임동혁은 지난 24일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한국도로공사 합동 축승회장에서 “감독님이 경기가 끝나면 내 부분의 영상을 다 편집해서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느끼게 하기 위해 코트 밖에서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경기를 마친 뒤 숙소로 가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오직 배구에만 매달린다. 선수들은 “숙소에 갈 때까지도 감독님은 계속 배구 영상만 보신다”고 말했다.
경기 중 보여주는 열정의 제스처는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은 “우리는 감독님을 포함해서 코트에 8명의 선수가 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들이 한 호흡으로 뛰는 대한항공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이렇게 열정적인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수들에게 형이기도 하다. 1987년생으로 V리그 역대 최연소 감독인 틸리카이넨은 선수들과의 소통도 부지런히 한다. 임동혁은 “감독님은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피드백도 잘해주신다”며 “배구 이외의 이야기도 잘 하면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고 말했다.
배구에만 미쳐 있고 선수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틸리카이넨의 리더십 속에서 대한항공은 다음 시즌에도 정상의 자리를 노린다. 미들블로커 김규민은 우승 축하연에서 “다음 시즌에도 우승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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