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보험금 8억원은 주시죠"…`계곡살인` 이은해 옥중 소송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은해(32)가 남편 명의로 가입한 수억원대의 생명 보험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판사 박준민)는 이씨가 생명보험사 2곳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이씨는 공범이자 내연관계인 조현수(31) 씨와 범행 이후 남편 윤 모씨 명의로 가입한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 사기를 의심한 보험사 측으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한 뒤 2020년 11월 16일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최종 형사재판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선고기일을 미뤄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보험사 측은 이씨가 나이와 소득에 비해 생명보험 납입액수가 큰 점, 보험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이 아니라 모두 이씨인 점 등을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씨에겐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씨는 조씨와 함께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씨(사망 당시 39세)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에 의한 작위 살인이 아니라, 다이빙 후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하지 않은 부작위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상황은 부작위라고 한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을 사실상 직접 살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들이 2019년 2월과 5월 윤 씨에게 복어 피가 섞인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린 것도 윤 씨 명의의 생명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계획적으로 살해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명보험금 8억원을 받으려던 피고들은 2차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도 단념하지 않고 끝내 살해했다"며 "범행동기와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은해에 대해선 "어떠한 죄책감이나 죄의식도 없이 살해 시도를 반복했고 (계곡에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범행을 시도했을 게 분명하다"며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속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조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26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