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밥 훔쳐먹고 묵비권을? 시민들이 변호 나선 ‘베테랑 견찰’

김지숙 2023. 4. 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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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귀여운 절도범은 없다.

동료의 점심을 훔쳤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변호로 여전히 지역 사회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 '범죄자'의 이야기다.

한 시민은 "정황 증거처럼 보인다. 유죄로 보이지 않으므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시민은 "필요하면 내가 이 경찰관의 무료 변호인이 되겠다"면서 "치아 구조를 대조한 뒤 일치하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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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미국 와이언덧 경찰서가 공개한 ‘머그샷’
샌드위치 훔친 경찰견에 내려진 처분은?
해맑게 웃고 있는 샌드위치 절도범의 ‘머그샷’. 와이언덧 경찰서(Wyandotte Police Department)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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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귀여운 절도범은 없다. 동료의 점심을 훔쳤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변호로 여전히 지역 사회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 ‘범죄자’의 이야기다.

지난 1월 중순 미국 미시건주 와이언덧 경찰서는 페이스북에 경찰서 내부에서 절도 사건이 일어났으며, 심지어 용의자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경찰서는 “도둑질은 범죄일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잘못된 행동입니다. 경찰관은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선서도 하죠. 그런데 와이언덧 현직 경찰관이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들이 공개한 머그샷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경찰견으로 근무 중인 ‘아이스’(Ice)였다. 아이스는 올해 11살이 된 저먼 셰퍼드 종 개로 와이언덧 경찰서에서 무려 10년 넘게 근무한 ‘고참 경찰관’이다.

사건은 한 경관이 휴게실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두어 입 베어 물다가 긴급한 업무 요청을 받고, 테이블 위에 샌드위치를 두고 자리를 떠나면서 벌어졌다. 해당 경관이 잠시 뒤 휴게실로 돌아오자 점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때 경찰견 아이스가 입가를 핥으며 한가로이 방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아이스’의 절도 사건이 전해진 뒤 지역 주민들은 아이스에게 직접 만든 샌드위치와 점심을 선물했다. 와이언덧 경찰서(Wyandotte Police Department) 페이스북 갈무리

경찰서는 “아이스 경관은 수정헌법 제5조에 명시된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그는 이전에도 손이 닿는 쓰레기통을 뒤진 전력이나 지나가는 동료의 손에서 음식을 훔쳐먹는다는 고발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라며 사건 조사에 페이스북 팔로워의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와이언덧시 시민들은 아이스를 적극 옹호하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정황 증거처럼 보인다. 유죄로 보이지 않으므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시민은 “필요하면 내가 이 경찰관의 무료 변호인이 되겠다”면서 “치아 구조를 대조한 뒤 일치하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수십 명의 ‘시민 변호사’들이 게시물의 댓글을 통해 아이스의 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11살 경찰견 아이스는 생후 6개월 때 경찰서에 배치된 뒤 10년 넘게 많은 현장에서 활약했다. 와이언덧 경찰서(Wyandotte Police Department) 페이스북 갈무리

후속 게시물에서 와이언덧 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하거나 아이스를 기소할 경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부 징계나 형사 고발을 하지 않겠다고 익살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아이스는 생후 6개월 때부터 와이언덧 경찰서에 배치된 이후 10년 넘게 한 경찰관과 호흡을 맞추며 경찰견으로 활약해왔다. 담당 경찰관에 따르면, 아이스는 그동안 수십 개의 법 집행 기관을 지원해왔으며 마약 수색, 차량 수색, 용의자 추적 업무를 맡아왔다. 현재는 매일 순찰을 돌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부서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

‘샌드위치 절도사건’ 이후에도 아이스는 경찰서의 터줏대감답게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경찰서 페이스북에는 밸런타인데이, 성 파트리치오 축일 등에 아이스와 샌드위치가 합성된 게시물이 올라오고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진 넌 무죄라며 언제든 변호인을 찾으라’는 댓글이 최근까지 달리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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