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헌정회 회장 “尹,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해야… 李는 ‘선당후사’ 바람직” [세상을 보는 창]
진영 논리 휩싸여 힘으로만 해결 시도
尹 역할 절실 … 野 지도자 설득·타협을
팬덤 정치는 결국 나라·당에 폐해 끼쳐
민주, 세상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봐야
‘돈봉투’ 자체 조사로 자정능력 발휘를
헌정회 혁신 ‘정책대안 제시 기관’ 공약
직선제 후 민주당 계열 인사로 첫 당선
초정파적으로 국가적 이슈에 조언할 것
“헌정회 구성을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계열 정치인의 비율이 6.5대 3.5 정도 된다. 그래서 처음엔 ‘당선되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헌정회도 변화해야 한다는 내부적 요구가 있었다. 저는 헌정회가 위기라고 생각한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데 영향력도 없고 존재감도 없고 발언권도 없다. 그냥 친목 단체 같은 느낌만 있다. 그래서 헌정회를 혁신해 국가 원로 기관, 정책 대안 제시 기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저의 공약에 많은 회원이 공감하며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헌정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지금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나와 네가 다르고 다를 수 있다’(agree to disagree)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화, 설득, 타협이 없다. 또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한쪽은 ‘사정 권력과 거부권으로 혼내겠다’고 하며, 다른 한쪽은 ‘국회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여’라고 하는 형국이다. 또 너무 진영 논리에 휩싸여 있다.”
―정치 복원의 방법이 있을까.
“정치 개혁 중 가장 절실한 것이 대통령에게 비민주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대결적 사고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5년 단임제도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로 바꿔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승자 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도 개편해야 한다. 특별시·광역시 등 7개 지역은 대선거구제를 적용하고, 중소 도시와 농산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필요하다.”
―윤석열정부 1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의 지지율은 국정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결과물이다. 이제 곧 취임 1주년이 되므로 이에 맞춰서 내각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살려 나가야 한다. 또 야권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더욱더 야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은 아직까지 의혹일 뿐이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범법자 운운하면서 만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많은데.
“저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로 흘러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직접 참여 정치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왜곡되고 합리와 양식에 근거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나라와 당에 폐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팬덤 정치에 마취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제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당이 이 대표의 사법 처리 문제에 집중하고 다른 민생 문제나 정치 현안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 이 대표 문제는 이 대표에게 해결하도록 하고, 당은 국민이 원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층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에게는 ‘당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선당후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당 ‘돈봉투 사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의 수장이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평화 지도자다. 이분이 방북을 한다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에 작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가 연결해서 교황의 방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상당한 의사 교환 단계에 와 있다. 교황이 서울을 방문해 자동차를 타고 북한에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46년 전 서른셋의 나이로 아버님의 뒤를 이어 정치에 투신했는데, 당시 내 꿈은 엄혹한 유신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있었다. 이 민주화의 꿈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 후의 꿈은 평화적 정권 교체였다. 그 꿈도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뤄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꿈꾸는 것은 분단의 극복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다. 이 꿈이 이뤄지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다. 통일시대준비위원회를 이끌어 이 단체가 20여년간 120여회의 통일시민포럼을 개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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