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헌정회 회장 “尹,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해야… 李는 ‘선당후사’ 바람직” [세상을 보는 창]

박창억 2023. 4. 2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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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야가 하는 건 정치가 아닌 전쟁
진영 논리 휩싸여 힘으로만 해결 시도
尹 역할 절실 … 野 지도자 설득·타협을
팬덤 정치는 결국 나라·당에 폐해 끼쳐
민주, 세상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봐야
‘돈봉투’ 자체 조사로 자정능력 발휘를
헌정회 혁신 ‘정책대안 제시 기관’ 공약
직선제 후 민주당 계열 인사로 첫 당선
초정파적으로 국가적 이슈에 조언할 것
정대철(79)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지난달 21일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헌정회장 선출이 직접 투표 방식으로 바뀐 2009년 이후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평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호형호제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게 당선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33세의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5선 의원을 지낸 그는 46년간 한국 정치의 현장을 지켜봐 왔다. 그는 “지금 여야가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라며 “대화와 설득, 타협이 없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정치 복원 방법과 관련해 그는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며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세상을 좀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보기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이 대표가 ‘선당후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 ‘돈봉투 사건’과 관련, “송영길 전 대표가 귀국했지만,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자체 진상 조사를 벌여 민주당의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국회 헌정회 사무실에서 진행됐고, 24일 추가로 전화 통화를 했다.
정대철 신임 헌정회장이 최근 국회 헌정회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정치권의 극한 대결과 관련해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세상을 조금 더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최상수 기자
―민주당 계열의 첫 헌정회장 당선 소감은.

“헌정회 구성을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계열 정치인의 비율이 6.5대 3.5 정도 된다. 그래서 처음엔 ‘당선되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헌정회도 변화해야 한다는 내부적 요구가 있었다. 저는 헌정회가 위기라고 생각한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데 영향력도 없고 존재감도 없고 발언권도 없다. 그냥 친목 단체 같은 느낌만 있다. 그래서 헌정회를 혁신해 국가 원로 기관, 정책 대안 제시 기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저의 공약에 많은 회원이 공감하며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헌정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바른말, 옳은 말 하는 원로가 없다는 탄식이 높다. 헌정회가 초정파적 위상을 견지하면서 국가적 이슈에 대해 조언하고 쓴소리할 수 있어야 한다. 헌정회관도 가능한 한 빨리 건립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최상수 기자
―요즘 여야의 극한 대결이 너무 심하지 않나.

“지금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나와 네가 다르고 다를 수 있다’(agree to disagree)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화, 설득, 타협이 없다. 또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한쪽은 ‘사정 권력과 거부권으로 혼내겠다’고 하며, 다른 한쪽은 ‘국회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여’라고 하는 형국이다. 또 너무 진영 논리에 휩싸여 있다.”

―정치 복원의 방법이 있을까.

“현재 나는 탈당한 상태이지만, 우선 민주당의 옛 동지들에게 세상을 좀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보기를 권하고 싶다. 민주화를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경제 발전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정치의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야당 지도자, 시민 지도자를 만나 경청하고 허심탄회하게 설득·타협해야 한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최상수 기자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이 도움이 될까.

“정치 개혁 중 가장 절실한 것이 대통령에게 비민주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대결적 사고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5년 단임제도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로 바꿔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승자 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도 개편해야 한다. 특별시·광역시 등 7개 지역은 대선거구제를 적용하고, 중소 도시와 농산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필요하다.”

―윤석열정부 1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전 정부 5년 내내 진전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위안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을 잘 설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청와대 이전, 검사 편중 인사, 대통령이 정치 원로와 대화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최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데.

“현재의 지지율은 국정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결과물이다. 이제 곧 취임 1주년이 되므로 이에 맞춰서 내각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살려 나가야 한다. 또 야권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더욱더 야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은 아직까지 의혹일 뿐이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범법자 운운하면서 만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많은데.

“여야가 서로 주고받는 협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다수 의석의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일차적으로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아마도 당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으니 야당은 똘똘 뭉쳐 저항하는 것밖에 다른 수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걸 풀어가는 데에는 집권 여당의 책임도 있다. 대통령의 큰 결단으로 야당을 포용하고 야당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대화가 필요하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최상수 기자
―팬덤 정치의 폐해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은데.

“저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로 흘러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직접 참여 정치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왜곡되고 합리와 양식에 근거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나라와 당에 폐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팬덤 정치에 마취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제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윤 대통령은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분인데, 원로나 경륜 있는 분으로부터 자문을 구한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복합적인 중층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데 이 위기를 혼자만의 생각, 결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직언, 충언을 얻어 헤쳐나가길 바란다. 또 넓은 시각으로 인재를 등용했으면 한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최상수 기자
―이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당이 이 대표의 사법 처리 문제에 집중하고 다른 민생 문제나 정치 현안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 이 대표 문제는 이 대표에게 해결하도록 하고, 당은 국민이 원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층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에게는 ‘당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선당후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당 ‘돈봉투 사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송 전 대표가 귀국해 탈당하고 검찰 조사에 즉시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검찰 조사와 별개로 자체 진상 조사를 벌여 자정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송 전 대표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당에서 조사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 국민 앞에 있는 그대로 다 밝히고 잘못한 사람을 징계해야 한다. 옛날에도 관행으로 전당대회를 치르면 지구당을 방문해 참석자들에게 식사 대접 정도는 했는데 이번은 그 범위를 넘는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치 원로로서 걱정스럽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최상수 기자
―교황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의 수장이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평화 지도자다. 이분이 방북을 한다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에 작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가 연결해서 교황의 방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상당한 의사 교환 단계에 와 있다. 교황이 서울을 방문해 자동차를 타고 북한에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46년 전 서른셋의 나이로 아버님의 뒤를 이어 정치에 투신했는데, 당시 내 꿈은 엄혹한 유신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있었다. 이 민주화의 꿈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 후의 꿈은 평화적 정권 교체였다. 그 꿈도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뤄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꿈꾸는 것은 분단의 극복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다. 이 꿈이 이뤄지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다. 통일시대준비위원회를 이끌어 이 단체가 20여년간 120여회의 통일시민포럼을 개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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