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성지 성수동에서 본 ‘핫플’의 명암…대형 브랜드 속속, 권리금·임대료 쑥쑥

정유미 기자 2023. 4.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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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팝업 매장인 ‘카누 하우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동서식품·크리스찬디올…
유명 브랜드 매장 잇단 개장
GS25선 노티드 굿즈도 팔아
팝업 스토어로 ‘젊은층 잡기’

2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 인근. 골목길을 따라 300m쯤 걸어가자 ‘노티드’ 도넛 브랜드로 장식된 GS25의 ‘도어투성수’(DOOR to seongsu)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어투성수 안에서는 오지윤(26)·지희(28)씨 자매가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었다. 20여종의 노티드 굿즈를 살펴보던 자매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노티드 한정판매 상품은 물론 인형과 텀블러 등 굿즈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동네 GS25에서는 구하지 못했던 디저트 등 품절템이 많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젊은이들이 쇼핑과 사진 촬영을 즐기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1970~1980년대 수제화 공장이 밀집해 있던 성수동이 유통가 ‘팝업 성지’로 떠올랐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젊은 세대의 흐름을 보려면 성수동에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팝업 스토어란 인터넷 팝업처럼 특정 브랜드가 일주일에서 한 달가량 신제품 등을 알리기 위해 문을 여는 임시 매장이다.

지난해 11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플래그십 브랜드로 선보인 GS25의 도어투성수를 비롯해 오뚜기·매일유업·동서식품은 물론 크리스찬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까지 잇따라 팝업 매장을 선보이면서 성수동 일대가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서울숲 인근에 있는 동서식품 ‘카누하우스’는 하루 평균 1000~1300명이 찾는데,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전시품과 체험 공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성수동 일대 혼잡도는 평일 시간대별로 1만6000여명, 주말에는 1만여명에 이른다. 하루 16만~20만명이 찾으며, 평일에는 저녁 7시 이후,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인파가 몰려든다고 한다.

특히 일본과 중국, 말레이시아 관광객 등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

성수동이 이처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은 색다른 공간과 다채로운 상품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 건물에 ‘대림창고’ ‘블루보틀’ 등 유명 카페가 들어섰다. 최근 무신사, 크래프톤 등 패션·문화 업체와 SM엔터테인먼트 본사까지 둥지를 틀면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 속에 팝업스토어를 속속 개장했다. 브랜드와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젊은층들은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과 해시태그를 올리며 매력 있는 장소와 ‘핫템’으로 소개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도 북적
10평 권리금 1억2천만원도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커져

소비자들과 기업이 몰리면서 최근 성수동 일대는 권리금이 부쩍 올랐다. 건물 임대료의 경우 상한제에 묶여 예년과 비슷하지만 ‘권리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0평 상점만 해도 권리금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는 3000만원이 채 안 됐지만 최근엔 1억2000만원 정도로 4배가량 뛰었다.

팝업스토어 임대료는 전담 대행사가 따로 생겼을 정도로 껑충 뛰었다. 위치와 평수, 단기·장기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월 단기 임대료는 5000만~1억원 이상, 장기는 보증금 3억원 이상에 월 1500만원 이상은 내야 팝업 매장을 구할 수 있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성수동 지역의 절반가량은 매일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인허가 사항이 아닌 만큼 어디서 얼마나 열리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성수역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 활성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이탈)’이 우려돼 실태조사 등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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