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좌 갑자기 왜 이래”…잘 나가던 2차전지주도 울었다

강민우 기자(binu@mk.co.kr),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4.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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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SG증권發 매도 폭탄
삼천리·세방 등 또 하한가
매도물량 쌓여 추가하락 우려
코스피가 1% 넘게 하락해 2,500선 아래로 내려간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4.48포인트(1.37%) 내린 2,489.02에 거래를 마쳤다. 2023.4.25 [사진 = 연합뉴스]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시작된 CFD(차액결제거래) 계좌 매도 폭탄 여파가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CFD발 하한가 종목 뿐 아니라 올 들어 급등한 2차 전지 관련주들까지 된서리를 맞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천리 대성홀딩스 세방 다우데이타 선광 서울가스 등 6개 종목이 이틀 연속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대규모 매도 물량이 쌓여있어 추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SG증권 창구에서 쏟아져 나온 매물 폭탄으로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가운데 하림지주와 다올투자증권 2개 종목만 하한가에서 벗어났다. 다만 두 종목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비율이 높은 종목들이 타깃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올 들어 급등한 2차 전지 관련주들도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포스코퓨처엠(-4.40%) 에코프로비엠(-6.46%) 엘앤에프(-5.40%) 등 대부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중소형 종목이 많은 코스닥 지수는 이날 -1.93% 급락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전날 증시 폭락을 촉발시킨 CFD발 매물 폭탄의 실체에 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CFD는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의 일종으로 정해진 증거금만 납부하면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차익만 정산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증거금률 40%를 유지하면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가 가능하다. 1억원으로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수하는 셈이다.

CFD는 2015년 교보증권이 처음 도입한 이후 키움증권 DB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차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대형사를 비롯한 대부분 증권사에서 CFD 계좌를 열 수 있다. 다만 장외 파생 거래로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000만원 이상이고, 연소득 1억원 또는 순자산 5억원 등 요건을 충족한 전문투자자만 허용된다. 엄격한 요건에 CFD 계좌수는 3000개(작년말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주문을 넣더라도 증권사는 중개만 맡고 실제 거래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실행된다. 전날 하한가 종목 매도 창구 상위에 SG증권이 자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느 계좌에서 갑작스레 매물을 쏟아냈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발생 후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자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실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날까지 뚜렷한 하락세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험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강제 처분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시장 대비 신용융자잔고율과 공여율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코스피 전체 종목의 5일 평균 신용융자 공여율은 7.44%, 신용융자잔고율은 0.96%인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은 평균적으로 30% 수준의 신용융자공여율을 기록했고 잔고율 평균도 10%를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고율과 공여율도 각각 2.2%와 6.9%이나 전날 하한가를 종목들의 평균 잔고율과 공여율은 10.2%, 22.7%로 시장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금융투자업계는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이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과도한 차입 투자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SG증권의 매도물량이 소화되지 않아 또 다시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SG증권의 매도폭탄에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투매 물량을 쏟아냈다.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에 대해 일부 외국인과 기관의 반발매수가 나왔지만 쏟아진 매물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들어 빚투가 크게 증가하면서 주가가 과열된 상황에서 CFD발 매물 폭탄이 쏟아져 후유증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틀 연속 하한가 종목의 상위 매도 창구를 보면 전날과는 달리 SG증권이 아닌 타 증권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런 주가 폭락에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주가가 폭락하면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이로 인해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폭락한 이후 실제 결제일에 증거금이 부족하면 실행되기 때문에 향후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 공여율과 잔고율이 높아지면 주가 하방 위험이 발생할 경우 급매 현상은 더욱 증폭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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