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학교’…마을 공동체 붕괴의 도화선
[KBS 전주] [앵커]
KBS전주방송총국이 마련한 '지방 소멸 연중 기획' 순서입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시골 학교의 실태, 전해드렸는데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었던 학교가 사라지면서 주변 마을의 소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출입문이 굳게 닫힌 익산의 한 초등학교.
지난 2011년 학생 수가 10명까지 줄자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당시 3백 명에 육박했던 주변 다섯 개 마을 주민 수는 현재 백 명 남짓까지 줄었고 그만큼 빈집만 늘어갑니다.
[익산 ○○마을 주민 : "옛날에는 아이들이 많았죠.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깐 아기도 안 낳고 그렇죠."]
지난 2018년 인근 학교와 통합되며 폐교된 이 초등학교 주변 마을도 비슷합니다.
당시 8명가량이던 학생 대부분은 2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도심까지 통학해야 했는데, 너무 먼 등하굣길에 지쳐 결국 마을을 떠났습니다.
[익산 □□마을 주민들 : "아이들은 대부분 시내로 갔죠. (옆(통합 학교)으로는 한두 명이나 가고 나머지는 시내로 갔어요.)"]
갈대로 뒤덮인 이 공터는 원래 초등학교 자리였습니다.
지난 2012년 학교가 문을 닫고 건물마저 허물었는데, 이 30대 아빠는 어린 시절 추억 서린 모교를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못해 안타깝기만 합니다.
주변 마을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아이를 키우면서 고향을 지키고 있지만, 학교가 없는 상황에 도시로 이사를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김정호/군산시 옥서면 : "정말 애들 교육이나 이런 걸 생각하면 나중에는 생각을 해보겠죠."]
1990년 이후 전북지역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모두 320곳으로 현재 남아있는 학교 4백20여 곳의 75% 수준에 이릅니다.
초등학교가 300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14곳과 5곳, 특수학교가 1곳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골 마을에서 학교는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마을의 소멸을 막는 가장 강력한 댐 기능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한 학습의 공간을 넘어 주민들의 만남과 마을 단합을 촉발해 사람을 끌어모으고 이탈을 막는 겁니다.
[이대건/책마을해리 대표 :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일 수 있죠. 세대를 막론하고, 운동회가 있거나 학교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함께 와서 같이 논의하고 참여해서 뭔가 결정도 하고 그 결정에 따라서 고칠 거 고치고 새로 할 거 새로 하고 이렇게 공동체를 이룬 중요한 구심이었던 거죠."]
폐교로 가속화되는 마을 공동체 붕괴와 지역의 소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지현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이지현 기자 (idl@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교민 28명 무사 귀환…긴박했던 탈출 작전
- “주어 생략” 즉각 반박한 WP…尹 인터뷰 원문 공개
- ‘헛발질’ 양이원영 “尹, 왜 넷플릭스에 투자?”…장예찬 “무조건 비난 심보”
- [영상] 생일 앞둔 충무공, 현충사 우물물로 ‘목욕재계’
- 동해 앞바다서 17차례 지진…위기경보 ‘관심’ 발령
- 미리 본 국빈 만찬장…진달래, 모란에 벚꽃까지 [특파원 리포트]
- 제주 여행 앞두고 날벼락…렌터카 업체의 일방적 예약 취소
- 110km가 최대인데 142km 속도 위반?…“면허 정지 억울”
- ‘상습 필로폰 투약’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아들 구속기소
- 북,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에 ‘차분’…도발 ‘저울질’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