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보 ‘콜센터’ 노조원들 “원청 직원이 아니라 고객 응대에 제한…직고용 절실”
서울시 ‘직고용’ 권고에도
3년간 노·사 협의체 없어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에서 2013년부터 일한 임지연씨(45)와 김민정씨(44)는 고객이 전화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문의를 단박에 이해한다. 대출 시 보증 지원이든, 폐업 시 상환 방법이든 고객이 원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재단에서 10년간 일하며 쌓은 경험의 힘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들에게는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권한이 없다. 재단 소속이 아니라 하청업체(MPC플러스) 소속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응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보 접근 권한이 없어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임씨가 25일 통화에서 말했다.
이들이 속 시원히 답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고객들은 모른다. 임씨는 한 고객에게서 “왜 이렇게 능력이 없고 멍청하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임씨는 “권한이 없어 안내하지 못한다고 말씀드리면 고객들은 이해를 못한다. (원·하청) 구조를 모르시니까”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장을 차례로 맡은 김씨와 임씨는 “콜센터 직원의 처우와 고용불안은 직고용을 하지 않는 이상 개선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서울시는 2020년 산하 투자·출연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며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주택도시공사·서울교통공사에 ‘고객센터 직고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재단은 지난 3년간 직고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도 꾸리지 않았다.
오히려 재단은 다음달부터 고객센터 직원 25명 중 8명을 줄이겠다고 했다.
또 고객센터를 재단에서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는 ‘풀 아웃소싱’ 계약을 지난달 31일 하청업체와 체결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원 두 명이 지난 18일 마포구에 있는 재단 건물 입구 처마에 올라 이틀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노조는 지난 24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전 노조원이 노숙농성을, 임씨와 김씨를 비롯한 노조원 8명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법원 “뇌출혈로 쓰러진 콜센터 노동자, 업무상 재해 인정”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