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의 바람대로…김승대가 선물한 4주년 승리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52)은 25일 수원 삼성과 K리그1 9라운드를 앞두고 “(김)승대(32)에게 4주년 선물을 받고 싶다.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4년 전에도 좋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2019년 4월 23일 포항 지휘봉을 처음 잡은 김 감독에게 3일 뒤 골 폭죽으로 첫 승리를 선물했던 선수가 김승대, 그 상대 역시 수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시즌 9번째 경기, 장소까지 안방인 포항 스틸러스로 같았으니 기분 좋은 우연이었다.
김 감독의 바람은 멋진 스토리로 실현됐다.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김승대가 이날 전반 4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골키퍼의 손에 맞고 흐르자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에 꽂았다. 김승대의 시즌 첫 골로 득점 장면조차 4년 전과 흡사했다. 당시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감아찼다면, 이날은 그 반대편에서 넣었다. 김승대는 “4년 전처럼 감독님에게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환하게 웃었다.
포항이 줄기찬 공세를 펼치고도 추가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까지 4년 전과 같은 게 옥에 티였다. 포항이 볼 점유율에서 7-3으로 앞섰지만 정작 골문 앞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전반 23분 조재훈의 다이빙 헤더와 후반 36분 제카의 슛, 후반 42분 오베르단의 중거리슛 모두 평소라면 득점이 나왔을 만한 찬스였다. 다행히 실점도 없어 1-0으로 웃었다. 올해 유일한 K리그1 무패팀(5승4무)인 포항은 승점 19점으로 순위도 2위로 한계단 끌어 올렸다.
창단 50주년을 맞이한 포항은 이제 진지하게 정상 도전을 바라보게 됐다. 개막 전만 해도 신진호와 임상협 등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고민이 깊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 김 감독이 직접 발굴한 고영준(4골)과 이호재(3골) 등 젊은 피의 활약에 오히려 막강한 강호들을 짓누르고 있다.
또 다른 명가인 수원이 무승의 늪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해 더욱 비교됐다. 최근 이병근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음에도 불구하고 첫 승은 요원하기만 하다. 4연패라는 위기에 빠진 수원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꼴찌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던 최성용 감독대행의 바람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됐다.
인천에선 원정팀인 선두 울산 현대(7승1무1패)가 마틴 아담의 결승골에 힘입어 인천 유나이티드를 1-0으로 눌렀다. 울산 홍명보 감독은 이날 승리로 K리그 최단기간 통산 50승(786일)을 달성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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