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비밀? 취향 너머를 봐야 지갑 열려 [광화문에서/김현진]

김현진 DBR 편집장 2023. 4. 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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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냄새는 상쾌하게, 치아는 튼튼하게 해줘요." "치은염을 예방하고 플라크를 제거해줘요." 실험 대상자들에게 각각 개 또는 고양이와 교감한 경험을 쓰라고 한 뒤 위와 같이 두 가지 버전의 반려동물용 치약 광고 문구를 보여줬더니 선호도가 확연히 갈렸다.

개를 떠올린 사람들은 전자처럼 상태 변화를 강조하는 '성취지향적'인 문구를, 고양이를 떠올린 참가자들은 후자처럼 리스크를 예방하는 '안정지향적'인 문구를 선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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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입 냄새는 상쾌하게, 치아는 튼튼하게 해줘요.”

“치은염을 예방하고 플라크를 제거해줘요.”

실험 대상자들에게 각각 개 또는 고양이와 교감한 경험을 쓰라고 한 뒤 위와 같이 두 가지 버전의 반려동물용 치약 광고 문구를 보여줬더니 선호도가 확연히 갈렸다. 개를 떠올린 사람들은 전자처럼 상태 변화를 강조하는 ‘성취지향적’인 문구를, 고양이를 떠올린 참가자들은 후자처럼 리스크를 예방하는 ‘안정지향적’인 문구를 선호한 것이다.

이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이 소비자들의 행동이 두 가지 상반된 사고방식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검증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 결과다. 성취지향은 열정, 위험 추구, 이익 극대화라는 특성을 띤다. 반면 안정지향은 위험 회피, 손실 최소화 중시 성향을 나타낸다. 개와 고양이가 자극 대상물로 설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사람들은 대체로 적극적이고 활달한 개를 성취지향성과 연관 짓고, 신중한 성격의 고양이는 안정지향성과 연결 짓는다”며 “각각의 동물과 접촉한 사람들이 이러한 전형적 특성을 떠올리면서 연관된 사고방식을 활성화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총괄한 샤오징 양 교수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과의 인터뷰에서 “홍보물에 어떤 동물을 내세울지 결정할 때나, 소유한 동물의 종류를 파악해 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할 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개념은 타고난 성향에 따른 심리적 동기를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심리적 타기팅’과도 결이 맞닿아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류방법은 ‘빅5’ 성격 분석 모델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을 측정한다. 샌드라 메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성실성이 높은 사람에겐 숫자 기반 정보를 제시하는 등 소비자별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보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맞춤형 정보 제공에만 주력한다면 기존의 개인화 마케팅과 다르지 않다.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마케터들이 주목하는 심리적 타기팅은 취향 분석을 기반으로 하되, 숨겨진 니즈까지 찾아내는 ‘취향 너머의 욕구 발견’에 주력한다. 즉, 갑자기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찾는 중년 고객의 욕구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라는 사실을 간파한다면 철학 도서, 미술 도구 등을 연관 상품으로 안내할 수 있다.

이미 챗GPT마저 “외향적인 사람에게 어필할 만한 아이폰 광고 카피를 작성하라”고 명령하면 “친구들과 ‘연결’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식으로 성향을 정확히 간파한 멘트를 쏟아내는 시대다. 이럴 때 마케터의 역할이 정답을 찾아주는 큐레이션에만 그친다면 인공지능(AI)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메츠 교수는 “고객이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움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차별화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화된 AI 기술, 개와 고양이가 주는 인식의 차이를 ‘느낌적인 느낌’만으로도 간파하는 인간의 직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상상하는 공감 능력이 모두 필요한 시대가 왔다. 취향 존중의 시대, ‘능력있는 마케터 되기’의 난도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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