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역사인식 왜곡”…피해자단체·학계 비판 봇물
과거 보수정부도 안 그랬다”
“피해자 고통 외면 2차 가해
일본 총리가 할 법한 망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외신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학계 전문가와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지원단체가 “왜곡된 역사인식”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역사인식이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문제’ 등에서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25일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문제가 다 끝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과거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식민지배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입장은 확실하게 보였다. 이번 정부는 그러한 인식조차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윤재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 문제는 (정부가) 덮는다고 덮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가 50여년간 묻혀 있다가 1991년에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공론화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냉전 이후 세계가 다양화됐고 보다 유연한 자세가 요구되는데 대통령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은 “3·1절 기념사와 외신 인터뷰 발언 등을 보면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지배’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은 식민사관·군국주의사관과도 연결된다”며 “이러한 인식으로는 일본에 식민지배 가해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되레 피해자들에게 ‘식민지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약해서 당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도 “피해자를 짓밟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일본은 광복 78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죄를 요구하고, 주권국인 한국의 판결을 존중해 조속히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이라며 “(윤 대통령 발언은) 대한민국 대통령보다는 일본 총리가 더 어울릴 법한 망언”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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