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캐릭터 싸움”…‘드림’ 이병헌 감독이 본 박서준x아이유(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영화 ‘스물’(2015) ‘극한직업’(2019),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등 빵 터지는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병헌(43) 감독. 그의 연출력은 개성 강한 캐릭터 구축에서 비로소 시작한다. 새 한국영화 ‘드림’(2023)에서도 그는 이 같은 능력을 발휘했다.
욕심은 많았지만 자격지심이 깊었던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가 국가대표 홈리스 월드컵 팀, 이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소민(아이유 분)과 밀고 당기는 힘이 대단하다.
이 감독은 지난 2011년 방송된 여느 교양 프로그램에서 2010년 국내 처음으로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과 홈리스를 접한 뒤 깊은 감명을 받아 이를 대중적인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비록 기획하고 제작하는 단계에서 투자가 무산되는 일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홍대처럼 일어나 꿈을 꾸고 희망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는 이병헌 감독.
이병헌 감독은 25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드림’을 스포츠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포츠영화는 어느 선수가 골을 넣을까, 어느 팀이 승리를 쟁취할까, 라는 긴박한 이야기가 있는 것인데 우리 영화는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결과도 나와 있지 않나”라며 “저는 인물들의 사연, 그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중요했다”고 영화의 메시지를 밝혔다.
‘드림’(감독 이병헌,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옥토버시네마)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이어 이 감독은 “실제 경기와 저희 영화 속 내용이 똑같다. 짧지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다”며 “사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저는 홈리스,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 아예 몰랐다. 내가 이 정도까지 관심 없이 살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더라. 많은 분들이 저처럼 관심을 갖고 계시지 않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대중영화로 쉽게 만들어서 소개할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재미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오랜 시간 놓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극한직업’(2019) 이후 4년 만에 차기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그는 “지금껏 만들어 온 작품들 가운데 가장 부담감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극한직업’은 누적 관객수 1626만 6338명을 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전체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김한민 감독의 ‘명량’(1761만 5919명)이다. 코미디로 1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은 건 남녀노소,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웃겼다는 얘기.
“‘극한직업’ 같은 성공작이 있었기 때문에 ‘드림’이 투자심사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제가 받은 그 가산점으로 인해 밀려난 사람들도 있을 거다. 투자사가 배치하는 1년 예산은 정해져 있으니까. 그분들이 저희 ‘드림’을 보셔도 인정할 만한 재미를 드려야 한다. 그래서 전작들보다 제가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된 듯하다.”
이 감독의 영화에 수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보낸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무겁고 어두운 영화들로 피로도가 높은 마당에, 부담감 없이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병헌 감독 특유의 차진 대사가 복잡한 현실을 다 잊고 그저 하하호호 웃게 만든다.
“‘드림’뿐만 아니라 제 작품엔 대사가 많았다. ‘극한직업’이 그나마 보통이었고. 대부분 평범한 드라마인 데다 자극적인 설정도 없다 보니 저는 중요한 건 캐릭터 싸움, 그들의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통의 속도로 말하면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리듬을 따져봤을 때 기본적으로 1.5배속으로 해줘야 한다. 2.5배속까진 아니다.”
이어 이 감독은 자신만의 시나리오 작업 방식에 대해 “전체적인 리듬을 계산했을 때 앞부분, 초반엔 인물들의 말이 다소 빨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관객들이 ‘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네’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속도감을 높인 거다. 소민과 홍대가 처음 만났을 때도 대사를 치면서 계속 행동을 한다. 여기에 상황을 덧붙여서 속도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병헌 감독은 모큐멘터리 '힘내세요, 병헌씨'(2013) 속 병헌처럼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시나리오를 준비할 시기에 집 안이 너무 깨끗해서 빛이 난다"고 털어놨다.
한편 박서준(35)과 아이유(30)의 코믹 도전에 대해서는 “이 상황에서 더 애써가면서 만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웃겨야 한다는 부담보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지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고나서 코미디를 부가적으로 놓은 거다”라며 “‘드림’의 핵심은 코믹이 아니다. 두 사람에게 웃겨야 한다는 부담은 크게 안 줬다. 이들은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병헌 감독은 박서준의 캐스팅과 관련, “제가 ‘극한직업’ 이후 ‘드림’을 진행하게 되면서 홍대 역을 맡을 배우 1순위로 박서준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며 “박서준은 ‘드림’이라는 영화가 갖고 있는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PD 소민 역의 아이유에 대해서는 “제안하기 전, 그녀가 하겠다고 한다면 감사하겠지만 사실 처음엔 안 한다고 할 줄 알았다. 팬심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정확히 일주일 후에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박서준과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아이유는 그 시기에 (주연배우에 집중된 영화가 아닌) 여러 명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출연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를 설명했다.
홍대와 소민은 서로의 거친 언행에 불쾌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가슴 속 깊은 따뜻한 면모를 발견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정리됐지만 올해 극장 개봉한 한국영화들의 흥행이 영 신통찮다. 티켓값 상승과 함께 OTT 플랫폼 발달로 극장 개봉한 한국영화의 위기설이 나온 이유다.
이 감독은 “티켓값이 극장 관람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아바타2’,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면 돈이 아깝다는 관객들의 얘기가 안 나오지 않았나. 결론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며 "티켓값을 내리면 물론 제작 편수가 회복되겠지만 (현 상황 유지시) 제작이 줄어들면 영화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 저도 어느 방향으로 갈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그는 극장 관람의 장점을 무시할 순 없다고 했다. "저도 OTT 드라마를 연출했었고, 신작 공개도 앞두고 있지만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다. 집에 아무리 최신의 장비를 설치해도 극장의 감성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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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썸이엔티, EDAM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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