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교민 28명…“모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작전명 ‘프라미스’ 완수…정부 “미·UAE·사우디 등 도움”
일본 요청받고 일본인 5명 철수 지원…포트수단까지 동행
군벌 간 충돌로 위험해진 수단에 거주하던 교민 28명이 25일 무사히 귀환했다. 긴장 속에 36시간 육로 이동과 13시간 비행 끝에 교민들은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시그너스)을 타고 이날 오후 3시57분쯤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부의 교민 철수를 위한 ‘프라미스(Promise)’ 작전이 완수된 순간이다.
대통령실과 국방부·외교부 등은 이번 교민 철수 작전을 ‘외교전의 종합선물세트’로 평했다. 1991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탈출 작전보다 더 위험한 “최고 난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수단 한국대사관이 교민을 한곳에 모으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주은혜 참사관은 “방탄차량을 이용해 교민들의 결집 지역 위주로 차례차례 모았다”고 말했다. 막판에는 통신도 마비됐다.
그렇게 수단 거주 교민 중 귀환을 원치 않은 인원을 제외한 28명이 모두 대사관에 집결한 것이 사흘 전인 22일이다. 대사관에서 준비한 김밥 100여줄과 교민들이 각자 가져온 식량을 안고 이튿날 이동을 시작했다. 교민들은 수도 하르툼에서 버스를 타고 수단 북동쪽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향했다. 꼬박 36시간이 걸렸다. 당초 정부는 하늘길을 통해 하르툼에서 교민들을 이송하려 했다. 육로 이동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전과 검문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서다. 하지만 산발적 교전이 이어지고 항공기가 불에 타는 등 공항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계획을 틀었다.
여러 나라와 접촉해 현지 정보를 취합한 정부는 정보의 질과 수단에서의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교민은 버스 6대에 나눠 탑승, UAE 대사관 차량이 호송하는 대열에 합류해 이동했다. 840㎞짜리 경로 대신 도로가 거칠고 긴 1170㎞ 길을 택했다. 일부 차량에 고장이 나서 정비하는 데만 몇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교민 김현욱씨는 “폭탄 소리도 많이 들렸고 인터넷 통신이 잘 안 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교민들은 24일 오전엔 도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같은 날 밤 10시에 가까워서야 포트수단에 내릴 수 있었다. 숨고를 틈 없이 한 시간여 만에 군 수송기 C-130J에 몸을 싣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향했다. 제다는 한국에 데려다줄 비행기 시그너스가 대기하던 곳이다. C-130J는 한국으로 오려면 급유를 위해 여러 번 경유해야 하고 내부에 화장실도 없다. 반면 ‘하늘의 주유소’라고 불리는 시그너스는 비행 중 다른 항공기에 급유하는 목적이지만 여객기를 개조했기 때문에 내부가 넓고 쾌적하다.
C-130J가 제다의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24일 밤 11시쯤이다. 입·출국 절차를 밟고 짧은 휴식을 가진 교민들을 실은 시그너스는 25일 새벽 3시쯤 한국을 향해 이륙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에 발을 내디딘 교민들은 다소 상기됐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교민 반용우씨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고 했다. 작전에 참여한 공군 공정통제사(CCT) 대원은 “긴박하게 시작된 작전이었지만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모국 대한민국으로 모실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부는 ‘프라미스’라는 작전명에는 “정부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가가 이행한다는 차원”과 “UAE나 사우디아라비아, 한·미 동맹이 가진 국가 간의 약속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했다. 튀르키예는 ‘지진 때 우리를 도와줬는데 이제 우리가 돕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압둘라 빈자이드 알나흐얀 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은 “당신들의 국민은 우리 국민”이라고 말해 울컥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주수단 대사관 직원들도 모두 철수한 데 따라 대사관 운영은 잠정 중단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교민 28명과 개 1마리, 고양이 2마리까지 다 철수했다”며 “향후 상황을 보면서 필요시 인근 국가에 임시사무소 개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인 5명의 철수도 도왔다. 우리 측이 하르툼을 출발하기 직전 일본에서 요청이 왔고 포트수단까지 함께 이동, 포트수단에서는 따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유새슬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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