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의 꿈 깨지고, 직장 잃고…전세사기에 ‘청춘 파탄’

박수빈 기자 2023. 4. 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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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부분이 2030세대에 집중되면서 청년층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대학등록금 대출 상환과 취업난 등에 좌절한 청년층의 어깨에 '전세사기'라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까지 얹혀졌기 때문이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전세사기 피해자 A(29) 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지만 결국 결혼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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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피해자 대부분 2030세대

- 신혼집 잃고 극단적 선택 시도
- 2년차 부부는 아이 갖기도 포기
- 청년 쌈짓돈 갈취하는 현실 씁쓸

“전세보증금을 못 받아 신혼집 계약금도 날리고 계약도 파기 당했어요. 지금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산산조각나 버렸습니다.”(전세사기 피해자 A 씨)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원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부분이 2030세대에 집중되면서 청년층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대학등록금 대출 상환과 취업난 등에 좌절한 청년층의 어깨에 ‘전세사기’라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까지 얹혀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의 쌈짓돈마저 가로채려 혈안이 된 모습에 2030세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전세사기 피해자 A(29) 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지만 결국 결혼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A 씨는 집주인 대리자로 나온 건설사 직원의 말을 믿고 1억 원을 들여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그 중 8000만 원은 전세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계약을 대리한 건설사 직원은 “건물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보증금도 정상적으로 반환될 것”이라며 A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최근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이 건물주가 ‘바지사장’으로, 배후에 다른 인물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A 씨는 약혼자와 함께 신혼집을 알아보며 가정을 꾸릴 계획에 부풀어 있었지만, 전세사기로 1억 원을 날리면서 결혼 여부마저 불투명하게 됐다. A 씨는 “모든 것이 틀어져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3년차 직장인인 B(26) 씨는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부산 연산동에 7000만 원의 오피스텔을 구하기 위해 2년 전 전세대출 6300만 원을 받았다. B 씨도 곧 결혼할 계획으로 새 집을 알아보던 중, 집주인이 ‘새 집을 계약하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해 다른 곳에 신혼집을 계약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여력이 안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결국 신혼집 계약금 1000만 원을 날리게 됐다. B 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회사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결혼계획과 일상생활이 산산조각 나는 바람에 극단적인 선택마저 했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 둔 후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다. 직장을 다닐 때 중소기업취업청년대출을 통해 자금을 구했지만, 전세사기로 앞길이 막막하다. C 씨는 “다음 달이면 계약 만료가 되지만 돌려 받을 돈도, 다시 들어갈 집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살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거냐”며 울분을 토했다. 결혼 2년차 부부 D 씨는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후 아이 갖기를 포기했다. D 씨는 “집을 계약해 본 경험이 없어 허술함이 많았다. 사회가 이 정도로 악의가 넘쳐나는지 몰랐던 게 죄라면 죄다”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의 양미숙 사무처장은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남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주거 안정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주거 불안으로 좌절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함께 부산시도 발 빠르게 대응해 젊은층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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